'악!'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유리컵에 손 베였어요"

기사승인 2019-01-15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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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컵에 손을 다쳤습니다,”

지난 11일 서울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 업무 미팅을 갖던 직장인 이모씨는 다소 불쾌한 일을 겪었다. 커피를 마시던 중 손에 따끔한 느낌이 들어 컵을 확인하니, 입이 닿는 테두리 근처가 살짝 깨져 있었던 것. 손에는 유리에 찔린 듯 베인 자국이 뚜렷했다. 매장에 이야기 하자 직원은 즉시 연고를 발라 밴드를 붙여주고 컵을 교체해 줬다.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이씨는 미팅 내내 다친 손을 어루만져야 했다. 

이런 일을 겪으니, 이씨는 컵이 바뀌어도 꺼림칙하긴 마찬가지였다. 깨진 작은 유리조각들이 어디로 갔을지도 찜찜할 뿐더러, 만약 입술을 다쳤다고 생각하면 아찔했다. 같이 미팅 중이던 타 직원이 깨진 컵의 사진을 찍어보려 직원에게 다시 보여 달라 묻기도 했으나, 한창 바쁜 매장 직원에게 더 이상 피해 주기가 싫어 이씨 일행은 깨진 컵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최근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정부의 ‘친환경’ 정책 아래,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대신해 유리컵 등 다회용 컵으로 전환했다. 이에 세심한 위생 관리가 필요해지면서 ‘컵 관리’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매장에서 컵이 깨졌다거나, 이씨처럼 ‘이빨’이 나간 컵을 봤다는 사례도 늘고 있을 뿐더러, 최근에는 컵의 세균 문제도 대두된 바 있다. jtbc의 보도에 따르면, 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활용하는 컵의 세균 수치를 확인하니 심한 것은 청소하지 않은 변기에 버금가는 수치인 5740을 기록했다. 10곳 중 8곳에서 식기에 적용되는 위생 기준치인 400을 넘겼다.

특히 커피는 당분과 기름기가 많아 컵에 세균이 쉽게 증식하고 이물질을 씻어내기가 힘들다. 프라푸치노나 카페모카 등의 음료는 크림이 지저분하게 묻어난다. 하지만 카페는 회전수가 빨라 소독 시간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사람이 몰리는 점심때의 카페 카운터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작은 규모의 카페는 일손부족으로 아예 소독 과정 자체가 없는 곳도 다반사다. 

이처럼 컵 관리는 설거지가 생명이지만, 매장 직원들은 이미 ‘설거지 지옥’에 시달리고 있다. 늘어난 다회용 컵 사용량만큼 관련 업무도 증가한 것이다. 

스타벅스는 현재 사용한 컵을 매장 직원들이 먼저 세척한 후, 다시 식기세척기에 넣어 설거지를 하고 있다. 여기에 개인 텀블러를 세척해달라는 손님들의 요구까지 들어주며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엔제리너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식기세척기 없이 직원이 직접 설거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매장 직원들이 모든 컵에 신경을 쏟기란 매우 힘들다. 

'악!' 카페에서 커피 마시다..컵 관리에 대한 커피 프렌차이즈 업계의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스타벅스는 대대적인 ‘설거지 전쟁’을 준비 중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앞으로 전국 매장에 설치한 기존 식기세척기를 ‘고성능’으로 교체해 매장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나갈 방침이다. 엔제리너스 역시 식기세척기 도입을 검토 중에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친환경으로 바뀌는 만큼. ‘컵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며 “고성능 식기세척기를 도입해 매장 직원의 설거지 부담을 줄이는 등 관련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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