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경제] 최태원·한투 떨게 한 발행어음이 뭐길래

기사승인 2019-01-1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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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쉬운 경제] 최태원·한투 떨게 한 발행어음이 뭐길래한국투자증권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발행어음 자금을 개인에게 대출해 줬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기관경고, 일부 영업정지, 임원 징계 등의 중징계를 추진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자금을 특수목적회사(SPC) 유동화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지난 10일 열린 금융감독원 제2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장시간 격론에도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의혹 제재 결과가 연기됐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발행어음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발행어음은 종합금융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스스로 발행하는 자기발행어음으로 ‘자발어음’이라고도 한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은 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해 일반투자자에게 판매(대출)하는 형식의 1년 미만 단기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초대형 IB는 자기자본의 최대 2배(200%)까지 자금을 모을 수 있어, 발행어음 인가는 초대형 IB로 나갈 수 있는 단계인 셈이다. 

국내에선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 등 5개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로 지정됐지만,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곳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2곳에 불과하다. 그중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발행어음 1호 사업자다.

그렇다면 이번 사안의 핵심 쟁점에 대해 알아보자.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2017년 5월 설립된 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빌려줬다. SPC는 조달된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SP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TRS 계약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키스아이비제16차 SPC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다.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개인대출로 활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이 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키스아이비제16차 SPC의 업무수탁자이자 자산관리자이기 때문에 TRS 거래는 사실상 한국투자증권과 최 회장 간의 거래라는 것이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증권사가 SPC의 업무수탁자라 해도 SPC는 별개의 법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의 주장대로 라면 그동안 관행적으로 수행됐던 증권사의 모든 SPC 대출이 불법이 되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회장이 아닌 법인(SPC)에 투자한 것이라 불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태림 기자 roong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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