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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홍역 치른 보건당국, 안일한 대처가 사태 키웠나

홍역 치른 보건당국, 안일한 대처가 사태 키웠나

유수인 기자입력 : 2019.01.24 00:00:04 | 수정 : 2019.01.24 13:10:54

한동안 잠잠하던 ‘홍역’ 집단 발생에 보건당국이 홍역을 치렀다. ‘홍역을 치르다’라는 말은 몹시 애를 먹거나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다. 관용어구가 있을 정도로 과거 홍역은 콜레라, 천연두와 함께 조선시대 3대 전염병 중 하나로 꼽히는 무서운 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역을 일생에 한 번쯤은 치러야 하는 병이라고 해서 ‘제구실’이라고 속되게 부르기도 했다.

홍역을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합병증으로 사망자는 사람도 많았다. 1962년 국내에 백신이 들어온 이후 홍역 발병이 크게 줄었지만, 2000~2001년 전국적으로 5만 5000여 명의 홍역 환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종합관리가 이뤄졌다. 2001년 수립된 ‘국가 홍역 퇴치 5개년 계획’에 따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접종을 시행했고, 그 결과 홍역 예방접종률이 97~98%로 높아졌다. 2014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홍역 퇴치국가로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달 12월 대구에서 홍역 환자가 발생한 이후 순식간에 3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발생 지역도 대구, 경기 등 5개 시도로 번졌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각 지역에서 유행하는 홍역 바이러스는 해외에서 유입된 것이고, 유전자형도 달라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구에서 17명, 경기도 안산에서 11명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것은 ‘감염병 관리시스템’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의 잘못된 초기 대응과 부실한 감염관리 시스템이 드러났다. 그런데 정부와 보건당국은 “홍역은 메르스와 다르다”는 입장이다. 메르스와 달리 치명적이지 않고, 예방백신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또 해외여행 후 현지 바이러스에 감염돼 1명씩 환자가 발생한 경우는 매년 있었고, 집단면역으로 인해 전국적 확산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의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홍역’이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의 감염병이 아니라지만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 만큼 적절한 경각심은 필요하다고 본다. 게다가 홍역으로 인한 치사율은 낮지만, 환자의 약 30%에서 최소 하나 이상의 합병증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흔한 합병증으로는 설사가 약 8% 나타나며, 이외에도 중이염 7%, 폐렴 6%, 급성뇌염 0.1~0.2% 발생한다. 합병증이 발생하면 입원치료가 필요하며, 특히 5세 미만의 영유아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홍역으로 인해 최소 37명이 사망했다.

백신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국내 1차 접종 시기는 생후 12~15개월, 2차는 만 4~6세이다. 접종 시기 이전인 1세 미만 아이도 가속접종을 시행할 수 있지만, 예방접종 효과는 떨어진다. 임신 또는 면역 저하 상태인 경우에도 생백신 투여는 금기이다. 이번에 발생한 환자 대부분도 백신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영유아 및 성인이었다.

‘홍역은 위험하지 않다’는 안일한 인식이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닐까. 홍역이 아닌 메르스였다면 이렇게까지 확산은 안 됐을까. 감염병은 절대 안전한 병이 아니다. 당국은 이번 홍역 사태를 통해 현 감염병 관리체계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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