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도한 규제는 업계의 고사를 부른다

기사승인 2019-01-26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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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도한 규제는 업계의 고사를 부른다어릴 적 초중고교에는 똑같은 교복에 똑같이 짧은 스포츠머리, 흰 운동화를 신은 학생들이 많았다. 학교가 규정을 통해 학생들의 복장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도한 규제는 당연히 ‘몰개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한 업계라면, 결국 시장의 고사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 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와 헌법소원에 나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2년간 계속돼왔던 강력한 업계 옥죄기에 따른 반발의 몸부림이다.

업계는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거나 제한할 경우 반드시 국회에서 제정되는 법률에 근거해야하지만 시행령 일부 내용은 이 위임범위를 벗어났다고 헌법소원 이유를 밝혔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차액가맹금의 규모와 주요품목 상·하한 공급가격, 가맹본부 오너일가 등 특수관계인과 본부와의 관계, 마진 등의 내용을 기재토록 하는 점이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판매하는 상품가격에서 실제 가맹본부가 구입한 도매가격을 뺀 차액으로, 사실상 마진이나 다름없다.

가맹본부나 특수관계인이 직전 사업연도에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대가도 공개해야한다. 또한 가맹점주 매출 피해를 막기 위해 가맹본부가 가맹점 영업지역 내 타 사업자에게도 가맹점에 공급하는 것과 같거나 유사한 상품·용역을 제공하는지, 온라인과 같이 비대면 방식으로 공급하는지도 표기해야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도다. 필수품목 공급가격, 즉 원가는 말 그대로 영업기밀이기 때문이다.

가맹본사와 공정위는 이 필수품목 공급가 기재를 놓고 지속적으로 대립해왔다. 그간 업계와 공정위는 수차례 협의를 통해 ‘매출 상위 50% 필수품목’으로 공개범위를 축소했다. 공정위는 ‘상위 50% 품목에 한해 공개되며 일반인이 아닌 예비창업자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영업비밀 공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다른 브랜드와의 차이를 만드는 핵심적인 품목은 사실상 이 매출상위 50% 품목에 대부분 들어가있다. 이를 예비창업자가 볼 수 있다는 것은 어떤 방향으로라도 영업비밀이 흘러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프랜차이즈가 서비스를 제공하기까지는 구매·가공·유통·배송·조리 등의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같은 치킨 브랜드라고 할 때 생닭을 사서 염지하고 가맹점은 이를 받아서 파우더를 묻혀 튀겨내는 큰 틀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염지에 들어가는 재료, 파우더의 성분, 기름의 배합 등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이 차이가 브랜드를 나누는 핵심 가치이기 때문이다.

핵심정보가 공개된다면 브랜드간의 차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비밀보장서약 등을 통해 마진율 정보 등을 보호하면 된다고는 하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브랜드의 차이가 줄어든다면 결국 품질 외적인 부분, 마케팅과 할인정책 등 몇 가지로 단순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업계의 전반적인 다운그레이드를 불러오게 된다.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그동안 급성장해온 프랜차이즈 업계에 일정한 규제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목줄을 틀어쥐듯 강제하는 규제는 지양돼야 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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