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인 기자입력 : 2019.02.01 00:04:00 | 수정 : 2019.01.31 20:19:22
젠더 갈등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지만, 사회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데이트 폭력, 몰래카메라 피해자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정부도 ‘젠더폭력’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고, 여성가족부는 ‘도련님’ ‘처남’ 등 남녀 불평등의 한 사례로 지적되고 있는 가족 호칭을 개선하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딸들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공부하기 시작했다는 아빠들의 소식을 들었다.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부분들, 예를 들어 긴 머리, 복장, 말투 등도 젠더 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가부장적 문화로 인해 젠더 문제가 쉽게 해결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여성 인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본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을 통해, 특정인에 피해를 주며 생겨난 것임을 알게 되면서 사회는 조금씩 바뀔 것이다.
젠더 이슈로 한 해가 뜨겁게 달궈진 후 맞는 첫 명절의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지길 기대해본다. ‘설날’이라고 하면 오랜만에 온 가족이 만나 새해를 맞이한 기쁨과 덕담을 나누는 화목한 풍경과 함께 그 옆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머니와 할머니, 굳이 성을 구분해 말하자면 여성이 차례상과 술상을 차리고, 아버지와 삼촌 등 남성은 고스톱을 치며 술상을 받는 모습이 이질적이진 않다.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게 성별에 따라 역할이 구분되어 온 것이다.
나름 집안일을 분담하는 젊은 부부라도 명절만 되면 이 풍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러니 명절에는 여성들의 ‘명절 스트레스 극복법’을 다룬 전문의들의 조언이 쏟아져 나온다. 우스갯소리로 명절이 지나면 중년 여성들의 성형외과 등 병원 방문이 급격히 많아진다는 얘기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명절 스트레스도 한 몫을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명절 후 이혼 신청 건수도 높아진다고 하니, 긴 세월을 지켜온 전통이라고 해도 불합리한 역할구분에는 장사가 없나보다.
최근 제공되는 전문의의 건강정보에는 ‘여성 인권’이 언급된다. “우리 집에서는 귀한 딸”이라는 문구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명절은 온 가족이 즐기는 것이 전통이다. 올 설은 온 가족이 당연하게 여겨왔던 성차별적 행동들을 깨고, 함께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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