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생존율 잡기 과제는…‘안하는 검진’, ‘못 쓰는 신약’

전체 암 5년 상대 생존율 70.6%까지 증가…사망률 1위 폐암은 27.6%에 불과

기사승인 2019-02-04 0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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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암검진사업과 면역항암제 등 폐암 검진·치료 환경 개선 필요

매년 2월4일은 2005년 국제암예방연합(UICC)이 제정한 ‘세계 암의 날’이다. 암환자는 국민 10명 중 3명 이상(36.2%)으로 흔한 병이 됐지만, 의료 환경의 개선으로 10명 중 7명 이상은 5년 이상 생존하고 있다. 2016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간(2012~2016년)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6%로 나타났는데, 이는 10년 전(2001~2005년)과 대비해 1.3배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암종별 환자들의 생존율 차이는 극명하다. 전립선암, 유방암, 신장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은 각각 93.9%, 92.7%, 82.5%로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췌장암, 폐암은 각각 11.0%, 27.6%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수년간 국내 암 사망률 1위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폐암은 한 해 약 2만3000명의 환자들이 진단 받고, 1만7969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30분에 1명이 폐암으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에 오는 7월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폐암이 포함되고, 기존까지 옵션이 한정적이었던 폐암 치료제 분야에서도 최근 항암 신약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에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 또한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실질적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함께 풀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폐암 생존율 잡기 과제는…‘안하는 검진’, ‘못 쓰는 신약’

◆국가암검진, 검진율 낮고 검진 대상 제한적
폐암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대부분 진행기(말기)에 발견된다. 실제 폐암은 수술이 가능한 조기 단계에 발견할 경우 5년 생존율이 64%까지 증가하지만, 아직 폐암의 조기 발견율은 20.7%로 위암(61.6%), 유방암(57.7%) 등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2004년 국가 5대 암 검진 체계가 갖춰진 이후 15년 만에 폐암을 국가암검진에 포함(7월부터)해 6대 암으로 확대했다. 지난 2년여 간의 시범 사업 결과, 수검자 1만3345명 중 69명이 폐암으로 확진 받았고, 그 중 조기 발견율은 69.6%로 나타났는데 이는 일반 폐암 환자의 조기 발견율인 20.7%의 3배 수준으로 폐암 검진 도입이 폐암 조기 발견에 효과적임이 증명된 것이다.

문제는 정부의 이러한 노력에도 국가암검진에 대한 국민 수검율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가 발표한 ‘암검진수검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암검진사업 검진율은 63.3% 수준이었다. 10명 중 약 4명은 국가암검진이 ‘있어도 안받았다’는 것이다.

미수검의 주된 이유로는 ‘건강하기 때문에(42.5%)’라는 응답이 가장 높아, 암 검진의 중요성과 검진 제도 자체에 대한 홍보를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검진 대상이 만 54~74세 남녀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로 제한적인 부분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폐암의 경우 실제 비흡연자에서의 발병율이 30% 정도인데, 오히려 본인은 폐암과 연관이 낮다는 생각에 방심해 조기 증상을 놓치기 쉬운 비흡연자가 검진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나아가 국가 전체의 보건의료비를 고려한다면, 검진 기관과 치료 기관의 이원화로 검진 후 환자들이 치료기관에 방문해 다시 검사와 진료를 받으며 발생하는 이중 비용도 장기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항암은 이겨내도 항암비에 무너지는 환자
2016년 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에서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암 환자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체적 요인(27.6%)보다 경제적(37.3%), 그리고 정신적(31.9%) 요인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암치료 비용 중에서는 항암제 치료(60.5%)에 사용되는 비용이 가장 높았다. 즉, 항암 치료와 수술로 인한 신체적 통증보다 항암제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막대한 비용의 경제적 부담이 암환자들에게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이다.

반면 폐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는 신약들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2017년 3월 국내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며 새로운 폐암의 표준 치료를 제시한 ‘면역항암제’의 경우, 기존 항암제에 비해 구토와 탈모 등 전신적인 부작용 빈도가 낮고,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에서 그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관련 연구에서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투여할 경우, 기존까지의 표준 치료였던 항암화학요법과 비교해 환자의 전체생존기간이 연장(30개월 vs 14.2개월)됐고, 질병의 진행위험 혹은 사망위험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급여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정책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폐암 1차 면역항암제 치료를 위해 환자들은 1년에 약 1억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단순히 연명을 넘어, 치료 후에도 이어지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삶을 고려하면 높은 항암비는 암만큼이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 큰 재난인 것이다.

사후관리방안, 각기 적응증이 다른 면역항암제에 공평한 급여 기준을 마련하려는 보건 당국의 고심이 이어지는 동안 이미 급여를 신청한 폐암 1차 치료 등 적응증에 대한 급여 결정은 1년 넘게 답보 중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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