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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의 대표격 ‘의학’이 아트와 만나면

의학정보 시각화 한 ‘메디컬아트’, 환자-의사 소통 매개체

유수인 기자입력 : 2019.02.02 04:00:00 | 수정 : 2019.02.01 21:13:58

류준선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회장(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을 구분해 희화화한 글들이 퍼지고 있다. 감수성 영역은 문과, 이성적 영역은 이과로 나누는 모습은 성향과 사고방식 체계가 완전히 다른 두 집단간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런데 대표적 이과계로 알려진 의학계에서는 예체능 바람이 불고 있다. 어려운 의학지식과 정보를 알기 쉽게 시각화하는 방안으로 ‘아트’와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달에는 메디컬아트의 학술적 연구와 발전, 메디컬아티스트의 양성과 보급, 국내외 교류를 통한 회원 상호간의 친목 도모를 위해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의 첫 학술대회도 개최됐다.

메디컬과 아트의 만남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비례가 메디컬아트의 일종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다.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 초대 회장인 류준선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장을 만나 메디컬아트에 대해 알아봤다.

◇ 어려운 의학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메디컬아트의 美

그에 따르면 아트(Art)에 여러 종류의 미가 있듯 메디컬아트는 해부학 등 의학정보를 정교하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빠르고 직관적인 시각화를 통해 어려운 전문지식을 쉽게 풀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전통적인 방식의 2D작업만 가능했기 때문에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이라 불렀다. 그러나 요즘에는 3D와 애니메이션 등을 아우르고 있어 메디컬아트라고 불린다.

메디컬아트는 전문가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항상 접하는 분야이다. 의학 서적이나 논문 등 전문가를 위한 자료 뿐만 아니라 환자 등 일반인을 위한 교육용 자료에 필요한 이미지를 2D 일러스트레이션, 혹은 3D 영상으로 표현하면 그것이 곧 메디컬아트다. 류 회장은 “흔히 외과에서 환자에게 수술 방법 등을 알려줄 때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그려서 설명한다. 그것이 메디컬아트”라며 “따라서 메디컬아트는 예술적 표현 능력보다는 정확한 의학적 지식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 미국선 대학 정규과정 100년 넘고, 병원 내 전담팀 구성

외국에서는 일찍부터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수요가 창출됐고, 이 분야의 전문가를 길러내는 교육과정도 오래 전부터 만들어졌다. 일본 학회(JSMi)는 4년 전에 이미 설립됐고, 미국의 경우 ‘메디컬일러스트레이션학회(AMI)’라는 이름의 학회가 생긴 지 70년이 넘었다. 전공 과정이 생긴 지는 100년이 넘었다.

또 존스홉킨스, 엠디앤더슨, 슬로완케터링 등 유수한 의료기관과 연구기관에는 메디컬일러스트 전담팀이 있고, 전속 일러스트레이터를 두고 평생 함께 작업을 같이 하는 연구진도 있다. 류 회장은 “의학 정보를 전달하는데 있어서 본인의 술기를 직접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본인이 직접 그리기 힘든 경우가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의사 또는 연구진과 일러스트레이터를 연결해주는 직업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4년 전 인천 가톨릭대학교에 처음으로 바이오메디컬아트 전공과정이 생겼고, 국립암센터도 그래픽지원팀을 신설해 기관 차원에서 메디컬아트를 선도하려고 한다”며 “특히 암은 죽고 사는 문제인데, 요즘은 전문가들에게도 어려운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텍스트로는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어 환자는 선택권을 가지기 힘들다. 그래픽은 넘쳐나는 의학정보를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번역가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미국만큼 메디컬아트에 대한 연구 여건과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기존에 활동하는 메디컬아트 종사자들의 수준은 외국에 비해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높다”면서 “의학적으로도 우리나라의 임상이나 연구수준도 매우 높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메디컬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면 빠르게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돋움 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 ‘그림’은 일반인‧의료진 이해 돕는 최대 무기

현재 대한메디컬아티스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는 100명 정도다. 30%는 의료진인고, 70%는 디자인을 전공해 해부학을 공부한 디자이너다. 메디컬아트의 특성상 의학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에 학회는 두 직군의 만남과 교류의 장소를 마련한다. 이와 함께 의료인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작업할 수 있도록 그래픽 툴에 대한 핸즈온 워크샵,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해부학 등 의학적인 교육과 멘토링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배우고 가르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학회를 만드는 게 류 회장의 목표이다.

의료인의 관심을 높이는 것도 학회의 주요 계획 중 하나이다. 새로운 의학 술기를 실질적으로 이용하고 개발하는 의료진이 참여하지 않으면 메디컬아트도 정체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림은 누구나 그릴 수 있지만 메디컬아트는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그릴 수 없다. 틀리게 그리면 그 그림은 0점이다”라며 “또 교수들은 본인의 술기를 환자 뿐만 아니라 같은 의료진에게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논문을 심사하고, 자문하는 리뷰어를 한눈에 이해시키는 최대 무기가 그림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모르는 부분이 있더라도 논문을 쓸 수 있고, 돌려서 말할 수 있고, 어려운 말을 섞어 강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그림은 전문가에게 한눈에 들통나기 때문에 대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롤모델이 해부학, 생리학 등 의학 정보를 도해한 프랭크 네터이다. 그가 사망하기 전 했던 말이 ‘내가 전 세계 의사 중에 공부를 제일 많이 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에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류 회장은 “아직은 ‘내용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의료진이 많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떤 이들은 내가 시간이 많이 남아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데,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업을 하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한다”며 “메디컬아트는 건강과 의학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이 수혜자이다. 의술에 대한 현명한 취사선택이 가능해질 때 국민건강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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