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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법 1년, 의료현장은 어떻게 변했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 11만명 넘었지만...연명의료 중단 가능한 의료기관은 5%뿐

전미옥 기자입력 : 2019.02.08 03:00:00 | 수정 : 2019.02.07 21:53:32

#50대 남성 A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나란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수일간 치료를 지속하다 돌아가신 아버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A씨는 “아버님 생전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화를 나누었고 가족들도 모두 동의한 상태였지만 현실에 직면해서는 연명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내 가족에게는 다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미리 의사를 밝힌 사람이 11만 5000명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에 따라 생을 마감한 환자는 3만 6000여명이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째 의료현장에서는 자신의 죽음에 대해 결정하는 문화가 서서히 자리 잡고 있었다.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국민들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의사를 조사한 결과 일반인 46.2%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임종과정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해 연명의료와 호스피스에 대한 의향을 미리 정해두는 서류다.

또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당시 지적된 문제도 일부 개선을 보였다. 연명의료 중단결정 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에 따라 보건당국은 오는 3월 말부터 모든 직계혈족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으로 축소했다.

또 중단 가능한 연명의료의 범위를 기존(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보다 확대(체외생명유지술, 수혈, 승압제 투여)했다. 지난달부터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에게 등록증을 발급해 위급상황 시 환자가 연명의료 의향을 증명할 수 있게 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진료현장에서도 과거 말기환자와 임종기환자 구분에 대한 논쟁이나 질문이 주를 이뤘다면 현재는 한 단계 넘어서 식물인간상태 환자에 대한 질문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의료현장의 모습을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제도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 3337개 대상 의료기관 중 윤리위원회 등록기관은 5%(168곳)에 불과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두더라도 실제 연명의료 중단 등 효력을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명의료결정 이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가 설치돼 있어야 한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 등록증을 제시하더라도 윤리위원회가 설치되지 않은 의료기관에서는 해당 환자의 연명의료중단을 이행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의료기관을 상상할 수 없듯이 연명의료결정을 시행할 수 없는 의료기관도 상상할 수 없다”며 “연명의료도 의료행위의 일부라면 임종기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모두 윤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1년에 약 28만 명이 사망하고, 이중 연명의료결정 이행 환자가 3만 명 정도다. 즉, 임종과정에서 이 법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은 15%에 불과한 것”이라며 “임종과정에서 큰 병원에 가지 않은 대부분의 환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더라도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법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요양병원에서는 환자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확인할 수도 없고 연명치료중단을 이행할 권한도 없다. 공익광고 등을 통한 연명의료결정법 홍보보다 입법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보는 일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충분한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완치가 불가능한 말기 환자가 남은 여생과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도록 돌보는 의료서비스다.

김대균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기획이사(인천성모병원)는 “환자가 돌아가시기 1~2주 전에 호스피스병동에 의뢰된다면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충분히 이뤄지기 어렵다. 암 환자는 적어도 1~2달 전, 비암환자일 경우 그 이전부터 호스피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난 1년간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연명의료분야에 비해 관심과 지원이 부족했다. 생애 말기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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