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포스터 속 내 모습 좋아, 한마디면 설명 돼"

'극한직업' 진선규 "포스터 속 내 모습 좋아, 한마디면 설명 돼"

기사승인 2019-02-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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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극한직업’(감독 이병헌)에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장면은 많고 많지만, 개중에서도 유난히 회자되는 장면이 있다. 이를테면 마형사(진선규)의 “나 화교 출신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화면에 아무렇지 않게 흐르던 중국어가 웃음 코드로 뒤바뀌는 순간이다. 배우 진선규는 영화 속 마형사와는 분명 다른 사람이지만 한 가지는 같다.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띠게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2000년 연극 ‘보이첵’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 진선규의 무명 생활은 영화 ‘범죄도시’(2017)로 끝났다. 조선족 위성락 역을 맡아 강렬한 악역을 선보이느 그는 같은 해 제 2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사람들이 그를 보는 눈도 사뭇 달라졌다. 최근 영화 ‘극한직업’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오디션 좀 많이 보고, 시나리오를 받는 입장이 됐다. 급작스럽게 1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주변 분들이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시는 게 좋아요. 1년 전까지만 해도 계속 제가 오디션을 보고 다녀야 했는데, 이제는 제게 역할 제의가 들어와요. 사실 저처럼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가장 꿈꾸는 건 감독님들에게 ‘이 역할 어떻습니까?’하고 제의를 받는 순간이거든요. 모든 배우들이 그럴 거예요.  언제쯤 오디션을 보지 않고 누군가에게 먼저 제안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말을 동료들과 많이 했었어요. 작년만 해도 ‘내년쯤엔 오디션 안 볼 수 있을까?’하는 꿈을 꿨죠.”

정작 진선규 본인 자체로는 많이 바뀐 게 없단다. 친구들은 ‘카메라 마사지라는 게 정말 있나보다. 얼굴이 좋아졌다’고 말해주곤 한다지만 본인은 예전과 다른 것을 못 느낀단다. ‘극한직업’속 스스로의 모습에 관해서는 “’혹성탈출’속 시저와 비슷하게 나오지 않았냐”고 묻는다. 무섭게 나왔단다. 

“’극한직업’은 제가 청룡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처음 하기로 정한 작품이었어요. 감독님이 뭘 염두에 두고 절 캐스팅하셨는지는 아직 몰라요. 저는 ‘범죄도시’이후에 비슷한 역할들을 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극한직업’ 시나리오를 보고 너무 하고싶었어요. 정서적으로 제게 더 맞고 끌리는 역이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 가서 ‘저 이거 시켜주시면 안 돼요?’하고 졸랐어요. 하하.”

‘극한직업’의 코미디 연기는 생각보다 진선규에게 더 어려웠다. 연극을 할 때는 많이 해 봤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무대와 카메라 앞은 좀 달랐다. 연극이라는 것은 잘 안 돼도 다음 장면으로 흘러가며 잊혀질 수 있지만, 영화는 장면들이 모두 한 컷으로 끊기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연기가 끊기고, 연결이 잘 안 되는 일이 잦아지며 진선규는 ‘난 아직 부족하구나’라고 느꼈단다. 그가 ‘극한직업’에서 재미있는 사람으로 느껴졌다면 그건 모두 마약반 5인의 공이라고 진선규는 말했다. 

“다섯명이 함께 티키타카 연기를 주고받는다는 게 정말 좋았어요. 저 혼자 제 것만 잘 해서 돋보이는 게 아니라, 서로를 수용해주고 돋궈주면서 장면이 편하게 전환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좀 안 웃겨도 상대방이 받아주면서 웃기고, 사건도 풍성해지고 편해지던데요. 나중엔 ‘아, 현장에 빨리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일이 재미있었어요. 하하. 키스 장면은 처음 시나리오를 볼 때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찍어보니 액션 장면의 연장선이더라고요. 저만 괜히 한껏 기대했다고 웃었어요.”

‘극한직업’의 포스터가 진선규는 자랑스럽다. 마약반 5명 중에 당당히 끼어있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라는 타이틀의 증거 같은 것이다. 

“포스터 속 저를 보면 기분이 묘해요. 조연으로 영화를 찍으면서 ‘아, 나도 포스터에 나오는 그 날이 있을까? 언제일까? 기분은 어떨까?’하고 막연히 상상해본 적은 있는데 막상 보니까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특히 저보다 친구들이 더 좋아해요. 주변에다가 ‘저 영화에 내 친구 나온다’고 말하면, 기존 출연작들은 ‘무슨 역할인데?’라는 물음에 친구들이 한참 설명하고 나서도 스크린 안에서 잘 찾아봐야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친구들이 포스터 속 저를 가리키면서 ‘얘가 내 친구다’ 딱 한마디 한대요. 친구들이 좋으니까 저도 더 좋아요.”

'극한직업'은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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