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국 태양광 기업의 습격

기사승인 2019-02-09 02:00:00
- + 인쇄

[기자수첩] 중국 태양광 기업의 습격"우리 회사의 명제는 전 세계 모든 태양광 시장에서 점유율 20%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시장에서도 고객 친화적 판매 정책을 통해 공격적인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서겠다."

어느 기업 간담회에 가더라도 자주 듣는 당연한 말이다. 게다가 현 정부가 2030년까지 110조원을 투자해 태양광 발전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로 높이는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최근 간담회를 주최한 중국 태양광 기업에게 한국 시장은 꽤 달콤하게 보였을 것이다. 

다만 이 이야기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태양광 시장의 장래는 암담하기 그지없다. 현재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비중은 2014년 17%대에서 지난해 33%로 늘어났다. 한국 태양광 제조 기업이 중국산 저가·저품질 패널의 덤핑 공세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중국산 제품이 한국 시장을 잠식했음에도 글로벌 톱 중국 태양광 기업까지 한국 시장점유율을 공격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전국 곳곳에 보급한다면 무늬만 ‘한국산’인 태양광 발전소가 전국 곳곳에 자리 잡을 것이 분명하다.

이번에 한국에 출사표를 던진 중국 태양광 기업은 국내 태양광 기업보다 적어도 10% 이상의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업이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 점유율 확대를 시도한다면 이 가격 역시 쉽게 뒤바뀔 여지가 있고, 중국기업보다 규모가 영세한 한국 태양광 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기정사실로 된 셈이다. 또한 중국에 태양광 시장을 넘겨주는 것도 시간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주도의 에너지 정책임에도 중국 기업에 국내 태양광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간다면 중국기업들이 한국 태양광 패널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할 테고, 이는 국부유출과 다름없어 보인다.

정부 역시 늦은 감이 있지만 이런 악재들을 인식하고 한국 태양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 방안은 저품질 태양광 모듈을 퇴출하는 ‘최저효율제’를 골자로 하고 있는데, 태양광 업계에서는 ‘한국 태양광 업계 살리기’를 위한 효용성 있는 방안이라는 자못 호의적 평가도 잇따르고 있어 이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민관이 일치단결해 어찌어찌해 국내 시장을 사수한다고 해도 몰려오는 중국산 태양광 기업의 파상공세를 막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은 짧게는 3년 단위로 글로벌 1~2위 기업의 이름은 바뀌고 있지만 몇 년간 ‘세계 톱’ 자리에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올리고 있다. 중국 태양광의 경쟁력은 하루 이틀 만에 쌓아 올린 결과가 아니라는 의미다. 관련 업계에서도 “플레이어(기업)는 바뀌어도 중국기업은 항상 1~2위에 이름을 올린다”며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 정부가 글로벌 시류에 맞춰 의욕적으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중국의 태양광 굴기(倔起)에 이제 막 태동을 시작한 한국 태양광이 질질 끌려가지 않을까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