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혜윤"'SKY캐슬' 예서, 사실은 순진하고 어설픈 아이"②

기사승인 2019-02-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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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에서 계속)JTBC ‘SKY캐슬’은 시청률 1%로 시작했으나 종영은 23.8%로 성대한 막을 내렸다.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예서 역의 김혜윤이다. ‘SKY캐슬’ 방영 전에는 무명이었으나 방영 후에는 누구나 예서를 알았다. 누구는 신데렐라같다고도 했고, 또 누군가는 ‘벼락 스타’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김혜윤은 성실하게 준비된 배우였다. 기회는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자에게 온다는 말은, 김혜윤을 위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Y캐슬’출연 계기도 김혜윤의 성실함 덕분이었다. 평소 그를 눈여겨보던 드라마 캐스팅 디렉터가 김혜윤에게 연락해서 ‘SKY캐슬’ 오디션을 보러 갈 수 있었다. 오디션은 미리 준비된 대본이 아닌, 오디션 30분 전 갑작스레 주어진 대본을 보고 즉흥 연기를 해야 하는 형식이었다. ‘SKY캐슬’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면의 다양한 배역 대사들이 주어졌다. 김혜윤에게 주어진 장면은 독서토론 중 예서가 자랑스럽게 발표를 하는 대사와, 곽미향(염정아)과 이수임(이태란)의 학창시절 장면. 이른바 ‘아갈미향’의 탄생을 알린 명장면이었다. 

“‘아갈머리를 찢어버릴라’라는 대사를 했을 때, 감독님께서 가장 크게 웃으셨어요. 그렇게 1차 오디션을 통과하고 2차 오디션에 불러주셔서 다시 갔죠. 2차에서는 혜나와 예서의 대사 두 가지를 다 미리 주셨어요. 오디션에서 주어진 대본 뿐이었지만 제게는 혜나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죠. 당당함과 악바리 근성 같은 것들이 끌렸거든요. 사실 그래서 저는 혜나 역에 조금 더 치중해서 오디션을 준비했었어요.”

감독이 김혜윤의 어떤 면을 보고 예서 역으로 택했는지 그는 모른다. 그렇게 예서 역으로 낙점됐고, 받아든 ‘SKY캐슬’ 대본을 보고 김혜윤은 정말 놀랐단다. 오디션 때 자신이 분석한 캐릭터와는 사뭇 다른 방향으로 극이 흘러가서였다.

“혜나를 캔디형 여주인공으로, 예서를 욕심 많고 못된 짓도 하는 악녀로 생각했었어요. 그래서 내심 오디션 때는 ‘아, 예서가 혜나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못된 짓을 하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정반대인 거예요. 가장 놀란 장면은 혜나가 예서를 보며 우주에게 ‘책 좀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었어요. 혜나는 영악하고, 예서는 감정을 숨기지 못할 만큼 어설프고 순진하다는 것이 드러난 장면이었죠. 내심 ‘아, 앞으로의 극 전개가 예측 불허겠구나’라고 짐작했어요.”

[쿠키인터뷰] 김혜윤

그래서일까. 분명 혜나는 사연 많고 열심히 사는 아이이고, 예서는 모든 걸 다 가졌으면서도 계속해서 욕심을 부리는 캐릭터인데도 시청자의 지지를 받은 것은 예서 캐릭터였다. 김혜윤의 열연이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지만 김혜윤 본인은 예서가 가진 서사에 감사를 돌렸다.

“예서가 이기적이어서 피해는 주지만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하잖아요. 선과 악을 구별하지 않고 인물이 살아있어서라고 느껴요. 처음부터 끝까지 예서 주변에는 사건이 정말 많은데, 상황 때문에 예서가 변하는 부분도 있지만 상황을 예서가 만드는 부분도 많아요.”

“서울의대에 집착하는 것만 해도 그래요. 사실 예서는 억지로 누가 시켜서 하라면 절대로 공부를 안 할 아이예요. 촬영 전에 제가 생각한 예서의 가장 큰 동기는 엄마인 미향을 지키기 위함이 컸다고 봐요. 예서가 유일하게 집안에서 의지하는 사람은 엄마 뿐인데 할머니한테 구박받는 모습과 더불어 엄마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모습을 매번 봤잖아요. 본인의 프라이드도 중요하지만 엄마를 위한 마음도 컸겠죠.”

‘SKY캐슬’ 후반의 예서는 우주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김주영 선생이 혜나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그 이야기 가운데에서 혜나에 대한 죄책감은 상대적으로 적게 다뤄진다. 예서가 만약 우주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라는 물음에 김혜윤은 “아마 정신적으로 취약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싫어하던 사람이라도 예서에게 혜나는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매번 싸우느라 말을 섞고, 같은 반에서 공부하던 사이잖아요.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거예요. 경찰에 말하고 싶은 충동은 참고 한 학기만 잘 버텨서 어떻게든 서울의대에 갔을 수도 있고…. 이야기는 다른 곳으로 흘러갔겠지만 예서는 아마 무사히 졸업하진 못했을 것 같아요.”

‘SKY캐슬’에 임했던 시간을 김혜윤은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했다.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어디가 부족한지 알게 됐어요. 가장 크게 통감한 건 체력 부족이에요. 다음에 어떤 작품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체력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싶어요. 체력이 부족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도 집중이 흐트러지더라고요. 다음에는 더 잘 하고 싶어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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