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SKY 캐슬’ 염정아 “포기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SKY 캐슬’ 염정아 “포기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기사승인 2019-02-1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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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배우 염정아의 시대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종횡무진 대활약이다. 염정아는 지난해 영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으로 529만 명(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의 관객을 모으더니, 이번엔 JTBC ‘SKY 캐슬’로 시청률 23.8%(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라는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개봉한 영화 ‘뺑반’(감독 한준희)에서는 경찰 간부라는 새로운 역할에 도전했고, 영화 ‘미성년’(감독 김윤석)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최근 서울 논현로 카페에서 만난 염정아는 얼굴을 붉히며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SKY 캐슬’ 종방연에는 그녀를 찍기 위해 팬들이 몰렸다. 화보 촬영을 위해 방문한 발리에서도 외국인 팬들이 한국말로 “드라마 잘 봤다”며 꽃과 편지를 건넸다. 염정아는 “처음 당해보는 일”이라면서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척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염정아는 ‘SKY 캐슬’이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다고 했다. 엄마와 아이들의 교육문제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교육, 입시와 상관없는 전 연령대 시청자들이 열심히 보신다는 것에 놀랐다. 드라마에 출연한 계기 역시 드라마 자체보다 조현탁 감독과의 인연이 더 컸다.

“물론 대본도 재밌게 봤지만 조현탁 감독님과는 전작 ‘마녀보감’에서 인연이 있어요.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100%였죠. 지금은 그 이상이 됐고요.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저를 ‘예술적 동반자’라고 표현해주셔서 울컥할 정도로 감사하더라고요. 정말 좋은 분과 작품을 같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에게 공을 돌려주시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동료 배우들도 염정아에 대한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드라마 초반부에 보여준 염정아의 연기가 중심을 잡아줬기 때문에 안정적인 궤도를 탈 수 있었다. 또 ‘아갈머리’, ‘쓰앵님’ 등 염정아의 대사가 드라마를 대표하는 명대사로 회자되기도 했다.

“워낙 센 대사죠. 사실 되게 무서운 얘기잖아요. 입을 찢어버리겠다니. 정말 은밀하게 해야 할 느낌이었지 유행할 거란 생각은 안 했어요. 다만 그 대사를 한서진처럼 교양 있는 여자가 누구 하나를 잡아서 할 때 정말 재밌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쓰앵님’은 사람들이 자주 써서 요즘 애들이 쓰는 말인지 알았어요. 그런데 한서진이 그 얘기를 했다고 하는 거예요. 전 모르겠는데, 내가 언제 ‘쓰앵님’이라고 했지. 선생님을 빠르게 하니까 그렇게 들린다는 걸 한참 나중에 알았어요. 그 뒤로 계속 신경이 쓰였어요. 그런데 신경이 쓰여도 마음이 급하거나 전화통화를 할 때는 그렇게 밖에 안 되는 거예요. 저도 의도한 게 아니예요.”

드라마 내용이 염정아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특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로서 그랬다. ‘SKY 캐슬’이 다룬 교육관을 보며 깨달은 게 많았단다.

[쿠키인터뷰] ‘SKY 캐슬’ 염정아 “포기하겠다는 생각? 해본 적 없어요”

“앞으로 제 교육관에 변화가 생길 것 같아요. 지금은 아직 초등학생이니까 애들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서 있진 않아요. 드라마를 보신 시청자 분들도 그렇겠지만, 저희 부부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봤어요. 아이들의 시선에서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크다고 생각해요. 사실 아이들과 똑같은 시선에서 보질 못하잖아요. 그런데 드라마를 보면서 쟤네 진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리 때랑은 다르잖아요. 아마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방향을 잡지 않을까 싶어요.”

몇 년 전 인터뷰에서 만난 염정아는 여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길 꺼냈다다. 막상 연기 활동을 이어가려고 해도 여배우들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연달아 네 작품을 소화하며 ‘할 작품이 없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염정아는 작품이 밀려들고 연속 흥행을 기록하는 지금이 ‘꾸준함’ 덕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저는 제가 잘해서라기보다 늘 그 자리에 있어서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길로 새지 않고 열심히 했거든요.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다 운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제가 잘하려고 해도 운이 안 맞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는 다행히 좋은 작품들을 계속 만났어요. 작품수가 많지 않아도 할 때마다 열심히 했고요. 그걸 알아주신 것 아닐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아티스트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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