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비용 30~100만원, 사후관리 받은 여성 절반도 안 돼

자궁천공, 자살충동 등 인공임신중절로 인한 부작용 및 후유증 발생

기사승인 2019-02-15 0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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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비용 30~100만원, 사후관리 받은 여성 절반도 안 돼

국내 임신중절 경험 여성이 낙태를 위해 지출한 비용은 평균 30~100만원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한 의료기관 수는 평균 1.51회로 조사됐다. 또 수술 후 신체적‧정신적 건강 문제가 발생했지만 적절한 휴식을 취한 여성은 절반도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을 위탁받아 진행한 ‘국내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지난 2011년 조사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정부 차원의 조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현행법상 불법인 인공임신중절의 민감성 및 특수성으로 인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조사는 지난 2018년 9~10월 만 15세~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대상자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이었다. 인공임신중절 횟수는 1~7회로 다양했으며, 평균 1.43회였다.

낙태를 한 당시 연령은 17세부터 43세 사이로 평균 28.4세였다. 당시 혼인상태는 미혼이 4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법률혼 37.9%, 사실혼‧동거 13.0%, 별거‧이혼‧사별 2.2% 순으로 많았다.

전체 임신중절경험자 중 수술만 받은 여성은 90.2%, 약물 사용자는 9.8%였다. 약물의 경우 미프진 등 자연유산유도약이나 유사약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지인·구매대행(22.6%), 온라인(15.3%) 등을 통해 구매하거나 위궤양에 사용되는 약물(싸이토텍 등 자궁수축유발) 등을 의사처방(62.1%) 받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약물사용자 74명 중 53명이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지역은 주거지 근처가 64.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주거지와 가까운 타 시·도 25.1%, 주거지와 먼 타 시·도 9.9%, 해외 0.3% 순이었다. 수술을 위해 방문한 의료기관 수는 평균 1.51회로 집계됐다. 

지출한 인공임신중절 비용은 30~50만원 미만이 4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100만 원 미만 32.1%, 30만 원 미만 9.9% 순으로 응답률을 보였다.

인공임신중절 당시 필요했던 정보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한 의료기관”이였다. 71.9%가 이에 응답했다. 인공임신중절 비용, 인공임신중절로 인한 부작용 및 후유증도 각각 57.9%, 40.2%로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관련 정보에 대한 주된 습득 경로는 “의료인(의사, 간호사 등)”이 34.6%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온라인(인터넷)을 통한 불특정 대상”이 29.3%, “친구 및 지인(선후배, 직장동료 등)” 18.3%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인공임신중절 이후에 적절한 휴식을 취했다고 응답한 여성은 낙태 경험 여성 중 47.7%로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인공임신중절 이후 8.5%가 자궁천공, 자궁유착증, 습관유산, 불임 신체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43.8%만 치료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54.6%는 죄책감, 우울감, 불안감, 두려움, 자살충동 등의 정신적 증상을 경험했으나 이 중 14.8%만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있었지만 치료받지 않은 이유로는 “치료받을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지 않아서”가 46.3%,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가 22.8%, “치료받으러 의료기관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가 12.8%를 차지했다.

여성들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의 1순위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 강화’ 및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꼽았다.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은 97.5%의 응답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며,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에 대해서는 97.7%의 응답자가, 그리고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의 지원 정책과 관련된 상담의 경우 96.7%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인구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 대다수가 의료적 상담, 심리·정서적 상담,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 지원 상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한 인공임신중절(낙태)에 관한 가이드라인’에서는 안전한 인공임신중절(낙태)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서 상담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여성의 정책 욕구를 반영해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 공동책임의식 강화, 원하지 않는 임신 예방을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 인공임신중절과 관련된 체계적인 상담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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