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킹덤’ 주지훈 “배두나는 대단한 배우… 첫 연기 후 3일 좌절”

주지훈 “배두나는 대단한 배우… 첫 연기 후 3일 좌절”

기사승인 2019-02-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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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배우 주지훈은 바빴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만 ‘신과함께-인과 연’, ‘공작’, ‘암수살인’까지 세 편이 개봉했다. ‘신과함께-인과 연’은 1200만 관객을 돌파했고, ‘공작’으로 영평상과 부일영화상 등 다수의 영화상을 차지했다. ‘암수살인’에서 삭발을 하고 보여준 연쇄살인마 연기로 호평받기도 했다.

그가 출연작이 또 있다. 주지훈이 왕세자 이창역을 맡은 넷플릭스 ‘킹덤’이 지난달 25일 베일을 벗었다. 궁궐 내 정치싸움에 휘말려 역모를 꾸몄다는 죄목으로 쫓기는 왕자 역할이었다. ‘킹덤’은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 작품답게 190개국에서 27개의 언어로 동시 공개됐다. 자연히 해외에서의 반응도 뜨거웠다. 유명 미국드라마인 ‘왕좌의 게임’, ‘워킹데드’와 비교되는가 하면, 극 중 인물들이 착용한 조선시대 모자가 화제를 모았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주지훈 역시 이 같은 해외반응을 모두 알고 있었다. “‘킹덤’의 인기가 와닿진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열심히 한 걸 좋아해주고 있구나 싶다”고 말했다.

“해외반응이 좋은 이유요? 재밌으니까요.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재미없는 건 재미없는 거고 재밌는 건 재밌게 보는 건 전 세계 공통이잖아요. 한국의 금수강산이나 의상, 갓 같은 것들이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외국에선 신비롭고 신선하게 느끼는 거 같아요. 예상치 못한 반응들이 정말 재밌더라고요. 어떤 사람이 ‘킹덤’에서 ‘모자가 별로인 사람들은 다 목이 잘린다’고 적은 글을 봤어요. 또 저희가 쓰는 모자를 가리키며 갓(God)이라고 하는 반응들이 재밌고 유쾌했어요.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쟤네는 집에서 신발은 벗는데 모자는 안 벗는다’고도 해요. 저희에겐 당연한 건데 그들에겐 이상한 거죠. 작품을 하면서 어떤 반응이 올지 철저히 계산하고 힘을 줘도 전혀 다른 곳에서 올 때가 많아요. 역시 가늠할 수가 없구나 싶어요.”

주지훈은 15일부터 ‘킹덤’ 시즌2 촬영에 합류한다. 주인공인 이창 역할을 연기하지만 막상 “욕심낼 것이 없다”고 했다. 이창의 시선과 표정이 곧 ‘킹덤’ 전체의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에 배우로서 나서서 보여줄 게 없다는 얘기다. 동료 배우 배두나의 연기력 논란 얘기가 나오자 주지훈은 반대로 극찬을 쏟아냈다.

“전 (배두나의 연기가) 정말 좋아요. 두나 누나와 처음 연기를 하고 3일 정도 고민에 빠졌어요. 왜 난 저렇게 변화를 못 주지, 왜 난 사극 틀에 갇혀있지 싶었죠. ‘킹덤’은 제 네 번째 사극이에요. 제 나이 또래 배우 중 저만큼 사극을 많이 한 사람은 별로 없을 거예요. 그래서 자신있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했구나 싶었죠. 정말 많이 고민하고 김성훈 감독님과 계속 얘기를 나누면서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좌절했어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배두나는 대단한 배우예요. 만약 배두나 누나가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연기에 대한 불호는 줄었을 수 있으나 전체적인 긴장감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배두나 누나가 그 짐을 자처해서 짊어지고 간 거죠.”

넷플릭스와의 첫 작업 소감도 궁금했다. 국내 영화, 드라마 제작사와 미국 콘텐츠 기업인 넷플릭스는 다른 점이 있지 않았을까. 주지훈은 “감독과 작가, 배우, 제작자, 투자배급사까지 같은 생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똘똘 뭉쳤을 때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느꼈다”고 했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게 우연이 아닌 의도적인 작업의 결과였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6부작 드라마로 공개됐지만 영화를 찍는단 생각으로 작업했다고도 했다.

[쿠키인터뷰] ‘킹덤’ 주지훈 “배두나는 대단한 배우… 첫 연기 후 3일 좌절”

“플랫폼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영화처럼 찍었어요. 영화를 촬영할 때 준비시간이 긴 건 스크린이 크기 때문이에요. 구석구석 조명 하나까지 디테일을 살리거든요. 넷플릭스는 주로 작은 화면에서 본다는 걸 알지만 영화 감독님이 오시면서 영화 같은 퀄리티로 찍게 됐어요. 물론 제작환경이 영화와 완전히 똑같진 않았어요. 영화가 1이고 드라마가 10이라면  2~3정도 됐죠. 또 드라마는 한 회에 기승전결이 있어요. 그런데 ‘킹덤’은 300분을 하나의 서사로 갔죠. 그래서 6부작이지만 300분 분량의 영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올해도 주지훈은 쉬지 않는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MBC ‘아이템’을 사전제작으로 모두 찍은 주지훈은 쉼 없이 ‘킹덤’ 시즌2 촬영에 돌입한다. 소처럼 일한다고 ‘소지훈’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주지훈은 좋은 작품들이 오면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20대 때 청춘물을 한 작품이라도 더 찍어놓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들마다 로망이 있잖아요. 전 그게 느와르였어요. 20대 때부터 느와르를 하고 싶었죠.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영화 ‘좋은 친구들’부터 ‘아수라’까지 끝냈을 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MBC ‘궁 2’를 찍었다고 ‘아수라’를 찍지 못했을까. 30대에 할 수 있는 역할은 30대에 해야 하는구나 싶었죠.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니까 똑같이 피곤한 것도 재밌다고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촬영 도중에 쉬는 날 작가님을 만나서 대본을 갖고 놀면서 농담을 주고받다가 ‘이거 네 번째 장면에 쓰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요?’라고 하는 거죠. 저한텐 이게 재밌는 놀이예요. 재밌으니까 피로로 다가오지도 않고요. 거기에 엄청난 행운처럼 좋은 작품들을 자꾸 주시니까 안 할 이유가 없죠.”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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