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60주년 맞은 이미자 “걸어온 길 모두 감사해”

데뷔 60주년 맞은 이미자 “걸어온 길 모두 감사해”

기사승인 2019-02-21 16: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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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황혼 길에 잠시 멈춰 회상해보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 감사한 일 뿐이어라.’

가수 인생 60주년을 맞은 이미자는 자신의 지난날을 이렇게 반추했다. 아팠던 순간도 돌이켜 생각하니 노래가 피어난 향기로운 꽃밭 같았단다. 이미자의 데뷔 60주년 기념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의 가사 내용이다. 이미자는 이 노래에서 ‘내 사랑 내 젊음 다시 만날 수는 없어도, 나 그대와 함께 노래하며 여기 있으니 난 행복해요’라고 읊조린다. 산수를 눈앞에 둔 이의 겸허함이다.

이미자는 열여덟 살이던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데뷔해 반세기가 넘도록 노래했다. 구슬픈 곡조와 애절한 목소리로 우리 민족의 한을 대변해 ‘엘리제의 여왕’이란 별칭도 얻었다. 올해 데뷔 60주년을 기념해 ‘노래 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이란 제목으로 음반을 낸다.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21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미자는 이렇게 말하며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자신을 사랑해준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60주년 기념곡을 준비했다. 10년 전 ‘내 삶의 이유 있음을’의 가사를 쓴 시인 김소엽과 이 노래를 공동으로 작곡한 장욱조가 다시 뭉쳤다.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쉽도록, 대중적인 느낌을 살려 만들었다.

이미자는 “60년 동안 보람된 일도 많았지만 힘들고 견디기 어렵던 시절도 많았다. 내 목소리와 노랫말이 역경을 참고 견디던 분들에게 잘 맞았던 것 같다”며 “‘이미자의 노래는 질이 낮다, 천박하다’는 꼬리표가 붙어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잘 견뎌왔다. 시간이 지나서 돌아보니 내가 잘 지탱해왔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데뷔 60주년 맞은 이미자 “걸어온 길 모두 감사해”이미자는 자신의 음악 인생을 60주년 기념 음반에 압축해 담았다. 음반은 ‘감사’ ‘공감’ ‘순수’의 타이틀을 붙인 3개의 CD로 구성된다. 이미자의 히트곡은 물론, ‘황성 옛터’ ‘목포의 눈물’ ‘번지 없는 주막’ 등 국내 전통가요의 근간이 된 노래들도 실렸다. 이 가운데 13곡은 지난해 녹음됐다. “2~30대부터 70대까지의 목소리를 다 넣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이미자는 30인조 악단과 한 스튜디오에서 노래를 녹음했다. 보컬과 악기를 따로 녹음하는 요즘 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자가 걸어온 길은 한국 현대사와도 포개진다. 히트곡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는 유신 정권 당시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인기 차트에서 1위를 했던 ‘동백아가씨’가 하루아침에 차트에서 사라졌다. 이미자는 “목숨을 끊어놓는 경험이었다”면서 “그래도 내 노래를 따라 불러주신 팬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월남전이 벌어지던 1973년엔 한국 가수 최초로 베트남에 가 위문 공연을 펼쳤다. 남북간 평화분위기가 조성됐던 2002년엔 최초로 평양에서 단독 공연을 열기도 했다.

대중 가수로는 처음으로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선 이도 이미자다. 이미자는 오는 5월 8∼10일 다시 한 번 이 무대에 올라 공연한다. 이후엔 지난해에도 매진 사례를 이룬 전국 투어를 지속할 계획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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