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올해도 인종차별 논란 불거진 아카데미… "사무엘 잭슨 표정 왜?"

올해도 인종차별 논란 불거진 아카데미… "사무엘 잭슨 표정 왜?"

기사승인 2019-02-26 10: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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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올해도 인종차별 논란 불거진 아카데미… 이른바 오스카로 불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매년 인종차별 등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올해 열린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시상식의 작품상은 영화 그린북’(감독 피터 패럴리)으로, 흑인 피아니스트와 백인 운전수의 우정을 그린 영화지만 오히려 아카데미의 인종차별 논란을 부추겼습니다. 왜일까요.

'그린북'1962년 미국에서 백인 운전수 토니 발레롱가와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가 남부 투어를 돌며 겪는 인종차별과, 그 속에서 인종차별주의자였던 토니 발레롱가가 어떻게 돈 셜리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나는지를 그렸습니다. ‘그린북은 당시 인종차별이 일상적이던 미국에서 흑인이 갈 수 있는 주유소와 식당 등을 담은 책자를 말하는 것이죠. 언뜻 보면 오스카의 인종차별 논란을 덮을 수 있는 훌륭한 영화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가 수많은 논란 요소를 띠고 있기 때문이죠.

가장 먼저 그린북은 날조에 관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개봉 직전 돈 셜리의 유가족들이 "영화 제작에 관한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 "영화 속 내용은 날조에 불과하다. 토니 발레롱가는 단순 직원이며 운전사였을 뿐"이라고 주장해 영화는 구설수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제작자인 토니 발레롱가의 아들 닉 발레롱가인데, 그는 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였으며, 돈 셜리의 유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아 돈 셜리의 친구와 연락 후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닉 발레롱가 역시 2015년 인종차별 발언으로 논란이 됐으며 주연 배우인 비고 모텐슨의 경우 지난해 관객과의 대화 자리에서 인종차별 발언을 한 것이 드러나 재차 사과한 바 있습니다. 영화의 제작진들이 영화의 훌륭함과는 상관없이 질적으로 좋지 않다는 뉴스가 계속되자 영화는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됐음에도 불구하고 수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죠.

게다가 그린북이 인종차별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영화의 주인공은 역시 백인일 뿐이라는 것 또한 이번 논란의 큰 축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토니 발레롱가를 비롯해 제작자 역시 백인이며, 모든 사건과 내용들이 백인의 시선에서 다뤄졌다는 점이 흑인 사회가 이 영화에 대해 탐탁찮아하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24(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시상자였던 흑인 배우 사무엘 잭슨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수상자 이름이 담긴 봉투를 열었다가, 수상 대상이 그린북임을 확인한 순간 얼굴을 굳히는 장면이 브라운관에 담겼죠. 흑인 사회가 그린북에 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밖에도 작품상의 또다른 유력 후보가 OTT서비스인 넷플릭스의 로마와 여성 중심 영화인 더 페이버릿이라는 점에서도 아카데미는 논란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들의 수상 여부는 2017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옥자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죠.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넷플릭스 영화에 상을 주기도, 그렇다고 여성 영화에 상을 주기도 싫어 차선책으로 그린북을 택했다는 의견도 지배적입니다.

그린북;은 작품상 외에도 각본상과 남우조연상 등 3관왕에 올랐습니다. 닉 발레롱가는 수상소감에서 이 영화는 우리는 비록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은, 그리고 흑인인 스파이크 리 감독은 수상소감이 끝나기도 전에 시상식장을 이탈했다고 하네요. 기득권을 가진 백인이 다른 인종에게 서로 사랑하자고 말하는 것, 그리고 인종차별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상을 타는 것까지. 오스카의 인종차별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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