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 두고 업계·국회 동상이몽… “규제 완화해야” VS “과세부터”

담배사업법 개정안 발의… 시행시 합성니코틴도 동일 과세

기사승인 2019-03-12 00:10:00
- + 인쇄

액상형 전자담배 두고 업계·국회 동상이몽… “규제 완화해야” VS “과세부터”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를 두고 정부와 업계간의 이견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담배를 테두리 안에 포함시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 과세를 위한 입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 천연·합성 니코틴, 왜 가격이 다를까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천연니코틴이 포함된 전자담배용 액상의 경우 1㎖ 당 1799원의 담배세가 부가된다. 일반적으로 판매되는 20㎖ 기준 세금으로만 3만6000원이 더해진다. 

이렇다보니 과거 액상형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일선 대리점 등에서는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은 액상에 니코틴 1㎖를 혼합해 주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이 경우 천연니코틴 1㎖에 대한 세금 1799만 과세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이러한 방법이 불가능하다. 약사법상 니코틴은 약국을 제외한 곳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인해 가격차이가 크다보니 음성적으로 향료 등에 천연니코틴을 몰래 첨가해 판매하기도 한다. 

니코틴이 포함되지 않는 무(無) 니코틴 액상을 판매하는 것도 어렵다. 현재 무 니코틴 액상의 경우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판매를 위해서는 액상 종류당 4개월 이상 소요되는 유독물시험과 성분 검사 등을 통과해야 한다. 검사를 통과하지 않고 취급하거나 판매할 경우 약사법 위반이다. 향·맛·성분 등 종류에 따라 각각 개별적으로 검사를 맡아야 하는 탓에 판매하고 있는 모든 종에 대한 검사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렇다보니 천연니코틴 대신 합성니코틴을 사용하는 곳도 생겨났다. 합성니코틴은 화학물질을 합성해 만든 니코틴이다. 

문제는 이 합성니코틴은 천연니코틴과는 달리 담배관련 세금이 ‘0원’이라는 점이다. 관련법에서 정의하는 담배는 ‘연초(煙草)의 잎을 원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여 피우거나, 빨거나, 증기로 흡입하거나, 씹거나, 냄새 맡기에 적합한 형태로 제조한 것’을 말한다. 합성니코틴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하지 않아 담배에서 제외된다. 동일한 30㎖ 액상이라고 하더라도 천연니코틴이 포함됐다면 ㎖ 당 1799원의 담뱃세가, 합성니코틴이라면 0원이 부과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천연니코틴에 대한 과도한 세금과, 무 니코틴 액상의 의약외품 지정이 이러한 기형적인 판매형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전자담배 대리점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전자담배를 사용하기 위해 무 니코틴 액상을 사용하는 것은 목적이 흡연이므로 일정한 심사를 통해 자격을 주고, 이 자격을 가진 업자는 니코틴과 함께 판매하도록 하는 식의 규제 완화가 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 “규제 풀자하니 규제 더해”

철저한 관리를 통해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업계와는 달리, 국회 등에서는 합성니코틴을 과세 규제 안으로 끌어오려는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 등 10여명은 최근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 사용’에서 ‘연초의 잎·줄기 등이나 니코틴 사용’으로 넓혀 액상형 전자담배와 액상 등을 과세범위 안으로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이 공포돼 시행될 경우, 합성니코틴 역시 담배 범위로 포함돼 동일한 수준의 세금이 부과되게 된다. 

관련업계에서는 화공법 등 액상형 전자담배와 연계된 규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세 규제까지 더해질 경우 업계가 고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유해허가물질 면제규정상 니코틴이 2% 이상 함유된 전자담배 액상을 판매할 경우 입지와 시설평가, 시설검사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판매처의 입지 자체가 국토계획법상 위험물취급지역이여야 하고 판매건물 역시 지역 내에서 유독물 취급을 할 수 있도록 용도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규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관리자선정 역시 화공과를 전공하고 업력 5년 이상으로 규정돼있다. 일선 판매자가 교육이나 자격증 등으로 허가를 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전자담배업계 관계자는 “규제만을 하기보다는 일정기간 교육이수나 자격증 취득으로 관리 권한을 부여하게 하는 등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합성니코틴 등) 과세와 관련된 부분은 법 개정으로 규제 안에 넣으려고 하면서, 영세업자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이러한 어려움은 왜 그대로 두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