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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추락한 아이돌, 누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추락한 아이돌, 누가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이은호 기자입력 : 2019.03.15 11:17:25 | 수정 : 2019.03.15 11:17:31

사진=쿠키뉴스DB

이른바 ‘승리 게이트’를 바라보는 연예계 관계자들의 심정은 참담합니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로 시작해 가수 정준영, 용준형, 최종훈, 이종현 등이 성관계 불법 동영상 공유에 연루되면서, 연예계는 물론 사회 전반의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들의 대화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승리의 성접대 정황이 담긴 대화나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공유는 물론이고, 이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도 경악스럽습니다. 이들 대화에서 여성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물건으로 취급됩니다. ‘나도 여자 좀 줘요’, ‘살아있는 여자(영상) 좀 보내줘’ 등 차마 옮겨 적기도 힘든 이야기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윤리 의식 부재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꼬집습니다. 여성 착취 구조의 ‘남성 카르텔’과 연예계 전반에 퍼진 도덕 불감증, 기획사들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이런 사태를 만들어냈다는 겁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 14일 낸 성명에서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침해하고 도구화하는 남성들의 강간문화, 그를 이용한 거대하고 불법적인 성산업, 이에 대한 공권력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여성들은 분노와 절망을 금할 수 없다”며 “버닝썬으로 시작된 범죄의 전말과 이와 관련된 카르텔들을 철저히 수사해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역시 지난 12일 “이 사건은 ‘버닝썬 게이트’ 또는 ‘승리 게이트’가 아니라 한국 사회에 만연한 성산업 카르텔 현실의 민낯”이라며 “남성의 수요를 통해 여성을 공급하는 카르텔의 핵심관계자들을 밝혀내야 한다”는 주장이 담긴 성명을 냈습니다.

사진=쿠키뉴스DB,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예계를 향한 성토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방송가는 승리를 ‘승츠비’로 포장하고 정준영의 ‘황금폰’을 예능 소재로 삼는 등, 이들의 비행을 오락거리로 포장한 혐의가 짙습니다. 승리가 여성들을 병풍처럼 두른 채 나타나는 장면을 전하며 “진정한 셀럽” “개츠비로 불러주겠다” 등의 발언을 하고, 여성들의 전화번호가 많이 저장됐다는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황금폰’이라고 소개한 MBC ‘라디오스타’가 대표적입니다. KBS2 ‘1박 2일’은 정준영 사건과 맞물려 폐지 요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16년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가 있던 정준영을 3개월 만에 복귀시켰을 당시, 그를 그리워하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담아내고 정준영이 고행을 겪은 양 포장했기 때문입니다. 

‘법적 대응’ 운운했다가 며칠 만에 말을 바꾸는 연예 기획사들의 모습은 위기관리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승리의 성접대 시도 정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가 처음 보도됐을 당시, “조작된 메시지”라며 강경하게 부인했죠. FNC엔터테인먼트와 어라운드어스도 소속 연예인이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을 공유 받았다는 의혹을 처음엔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보도를 통해 주체적인 대화내용이 공개되고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자 당초 입장을 뒤집고 사과했습니다. ‘대중을 기만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연예계에서 위기관리는 사후 대처에 집중돼 왔습니다. 사건이 터지면 이를 덮고 여론이 잠잠해지면 은근슬쩍 복귀시키는 식이었죠. 전문가들은 사건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일찍부터 연예계에 입문해 정상적인 교육이나 인간관계를 경험하지 못한데다, 경쟁으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어 엇나갈 여지가 크다는 진단입니다. 

이번 사건이 연예계 전반은 물론,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선 관련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우선돼야 할 것입니다. 작금의 분노가 변화를 이끌어내는 힘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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