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왕종명 앵커가 살고 있는 ‘전혀 다른 차원’

왕종명 앵커가 살고 있는 ‘전혀 다른 차원’

기사승인 2019-03-19 13:4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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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왕종명 앵커가 살고 있는 ‘전혀 다른 차원’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못한 사건의 핵심증인이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생명에 위협을 느껴 신변 보호를 요청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증인입니다. 앵커는 생방송 도중 그에게 사건 관련인들의 실명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증인은 말할 수 없는 이유를 덧붙여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앵커는 다시 한 번 요청했습니다. 검찰에서 말하는 것과 뉴스에서 말하는 것은 다르다며 더 빠르게 진실을 밝힐 수 있다고 설득했죠. 그럼에도 끝내 증인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후의 삶을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증인은 배우 윤지오, 앵커는 MBC 왕종명 앵커입니다. 지난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故 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공개 증언에 나선 윤지오가 출연해 왕 앵커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윤지오와 이야기를 나누던 왕 앵커는 “술자리 추행 현장에 다른 연예인이 있다고 했다. 그 연예인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느냐”, "장자연 씨가 작성한 문서에 방씨 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과 이름이 참 특이한 정치인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을 진상조사단에서 말했냐. 공개할 수 있냐"고 실명 공개를 요청했습니다.

이에 윤지오는 “앞으로 장시간을 대비한 싸움이고, 그분들이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저는 더 이상 증언자, 목격자 신분이 아닌 피의자로서 명예훼손에 대해 배상을 해야 한다”며 “그분들에게는 단 1원도 쓰고 싶지 않다”고 실명을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죠.

왕 앵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피고소인은 될 수 있다. 그럼 제가 이런 말씀을 드려볼게요”라며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명단을 말하는 것과 지금 이렇게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 분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윤지오씨가 용기를 내서 장자연씨 죽음에 대해서 좀 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것이 어쩌면 이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게 오히려 더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해보셨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던 윤지오는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줄 수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왕 앵커는 당황한 듯 “저희가요? 이 안에서 하는 것이라면 어떻게든”이라고 물러섰죠.

윤지오는 “안에서 하는 것은 단지 몇 분이고 그 이후 나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는 것조차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라며 “이건 검찰, 경찰이 밝혀내야 하는 부분이고, 공표해야 하는 것이 맞다. 저는 일반 시민으로서, 증언자로서 말씀드릴 수 없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실명 공개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방송 직후 온라인에서는 출연자를 배려하지 않은 왕종명 앵커의 진행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관련 기사에는 “뉴스 보면서 창피한 건 처음”, “앵커 자질이 있느냐”, “징계 내려야 한다” 등의 댓글이 달렸죠.

방송에서 보여준 왕 앵커의 태도는 준비 부족을 넘어 오만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윤지오에게 실명 공개를 요청한 것부터 문제입니다. 현재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지오의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청원 글은 19일 오전 9시 기준 3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윤지오에게 임시숙소를 지원했고, 경찰 측은 스마트워치를 지급해 신변 보호에 나선 상황이죠. 인터뷰 초반 "어렵게 출연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왕 앵커가 그의 상황을 모를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왕 앵커는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무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책임질 수 있겠냐”는 윤지오의 말에 “저희가요?”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 이후의 일이나 상대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았죠. 

답변을 거절한 윤지오에게 재차 실명 공개를 설득한 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입니다. 윤지오가 사건 해결을 위해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한 시간은 10년입니다. 수없이 고민하고 또 생각했을 윤지오 앞에서 왕 앵커는 사건을 ‘빨리’ 해결해야 하지 않냐고 제멋대로 판단했고, 자신이 속한 언론의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특종을 터뜨리겠다는 그의 과욕에 진정성과 배려는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집니다. 왕 앵커가 언급한 ‘전혀 다른 차원’은 대체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그가 아는 ‘전혀 다른 차원’에선 검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이 해결되고 진실이 빠르게 밝혀지는 걸까요. 다음 인터뷰 기회가 있다면 그곳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해주길 기대합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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