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돈' 조우진 "원대한 목표보다는 오늘을 꽉 채워 살고 싶다"

'돈' 조우진 "원대한 목표보다는 오늘을 꽉 채워 살고 싶다"

기사승인 2019-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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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돈' 조우진 배우 조우진은 자신이 나온 영화를 처음 보는 기분을 전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인 김연아 선수의 국민은행 광고에 비유했다. 아이스링크에 나가기 전, 링크 안에 가득 찬 ‘실수하면 어떻게 하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들에 온 몸으로 부딪치는 모습과 같은 기분이란다. 영화 ‘돈’(감독 박누리)을 대하는 그의 모습도 그랬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우진은 “기술 시사 때는 완전히 얼어서 봤고, 두 번째 봤을 때에서야 겨우 영화가 보였다”고 기억했다. 

“두 번째 보니 영화가 겨우 좀 보였어요. 재미나 작품성을 다 떠나서, 영화가 가진 힘이 있더라고요. 좌석에 등을 쭉 붙이고 진땀 흘리는 저를 보게 됐어요. 작품 자체가 혼자만 흘러가는 영화가 아니라 감정이 고조될수록 그 힘이 보였고, 이 정도 에너지면 관객들을 충분히 영화 자체의 감성에 빠트릴 수 있겠다 싶었죠.”

조우진이 맡은 한지철은 금융감독원의 ‘사냥개’로 불리는 사내다. 이를 확 드러내고 잔인함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끈기를 가지고 사냥을 끝까지 완수해내는 캐릭터이기에 그의 꾸준함이 더욱 돋보인다. 언뜻 보면 악역이지만 사실은 집요한 워커홀릭일 뿐이라는 부분들이 차차 드러나며 한지철의 다양한 면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오로지 조우진의 연기력이다. 

“연기를 잘 하는 비결 같은 건 없어요. 다만 합을 맞추는 저의 방식이 있긴 해요. 항상 연기할 때 마다 상대에게 불편한 것은 없었는지, 아쉬운 부분이 없었는지 물어보곤 하죠. 물리적으로는 피곤하지만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고수해오고 있어요. 물론 상대가 싫어하면 고집을 부리진 않죠. 그저 원래 그런 성향인 것 같아요. ‘내부자들’ 때도 몸은 피곤한데 제가 상대에게 꼬박꼬박 저도 모르게 ‘괜찮냐’고 묻고 있던데요. 선배들은 그런 거 제발 묻지 말라고, 편히 하라고 하시는데 그냥 저는 그렇게 생겨 먹었나 봐요.”

번거로운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조우진은 그 외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내세웠다. 배우라는 직업의 정체성이다. “제가 임하는 인물이든, 상대 배우의 역할이든 제가 그 인물에게서 뭔가 배우려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캐릭터 형성에 도움이 될 만한 어떤 것을)얻는 경우가 많아지더라고요. 악당이라서 행동 자체에 배울 게 많이 없는 역할도 있었지만, 그 캐릭터들이 담고 있는 신념과 의지, 행동방식 같은 건 정말 배울 게 많았어요. 연기에 도움이 된다면 어떤 방식이든 시도를 해보는 게 안 해보는 것보다 낫지 않나 싶어요.”

그가 매 작품에 임하며 항상 세우는 작은 목표는 관객의 반응이다. 잘 봤다, 재미있었다, 혹은부정적인 반응도 조우진에게는 보상에 가깝다. 모든 것이 소중하다. 

“연기를 하면서 원대하게 세워 놓은 목표는 없어요. 단지 앞으로도 제가 작품을 대하는 태도만 안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가끔 제 노력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과한 칭찬을 해 주는 분들이 계시는데, 사실 그런 칭찬까지 바라지도 않아요. 제가 어긋나지 않는 게 오늘의 목표고, 오늘의 제가 어제를 봤을 때 부끄럽거나 민망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제 내일의 목표거든요. 연기계의 거목이 되겠다,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겠다, 뭐 이런 원대한 목표는 제게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단지 오늘을 꽉꽉 채워서 살고 싶어요.”

‘돈’은 20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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