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이름 바꾼 '스마트진료' 논란 재점화

정부 “의료사각지대 해소” vs 의료계 “의료영리화 위한 물꼬 트기”

기사승인 2019-03-21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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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이름 바꾼 '스마트진료' 논란 재점화

정부가 도서·벽지, 원양선박, 교도소, 군부대 등에서 스마트진료를 진행한다고 밝혀 논란이다. 의료계 등 일부에서 스마트진료를 원격의료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박근혜 정부부터 진행됐다. 지난 2016년 원격의료, 2017년 ICT의료라는 이름으로 도입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8월 당·정·청 협의를 통해 원격의료 재추진을 합의했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스마트진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은 “‘스마트진료’가 이전 정부가 주장한 원격의료와 동일한 것 아니냐”며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도 의료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환자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 없고 환자 정보유출까지 쉬워지는 것을 왜 하고자 하는 것이냐”며 “의사의 절대 수를 늘려 공공의료 인력을 늘리는 게 올바른 길이다. 원격의료는 행정 편의적인 것일 뿐 도서 주민들도 대면 진료를 받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는 스마트진료가 의료영리화를 위한 물꼬 트기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스마트진료가 실제로는 네트워크, 웨어러블 디바이스, 체외진단기기 판매를 위한 정책이 될 것”이라며 “원격의료가 스마트진료면 대면 진료는 스투피드 진료냐”고 반문했다. 정 사무처장은 “논리적 구조를 갖고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데 지난 7~8년 동안 민주당이 반대했던 정책에 대해 과거를 망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의료기기업계 등 산업계는 스마트진료 도입에 적극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첫 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환영”이라며 “산업적 논리로 접근할 사항이 아니라 국민 편익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회장은 “원격의료에 대한 우려는 비현실적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며 “올해 건강보험이 적자로 전환됐는데 ‘문재인 케어’와 고령화 사회로 건보료 지출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국고를 한없이 지원할 수 없어 의료자원을 적절히 배분해서 쓰자는 것이 바로 스마트 진료”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각계의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관계자는 “용어의 변경은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고려한 결과”라며 “기존 원격의료는 물리적으로 떨어진 것만을 강조했다. IT기술의 발전을 강조하기 위해 '스마트진료'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폭넓은 개념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은 대면 진료가 우선이고 불가피한 상황에서 스마트진료를 보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환자 옆에 의료인이 없는 경우나 의사·간호사를 배치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는 원격의료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법적인 근거를 세우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영리화 우려에 대해서는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목표로 두고 하는 것이라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면 진료를 염두해 지역사회의 의원급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농어촌지역은 보건소나 보건지소가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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