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탐구생활] “가방이 된 자동차”…모어댄 최이현 대표

“가장 쓸모 없음을 가장 쓸모 있음으로 만든다”…업사이클링 업체 모어댄

기사승인 2019-03-25 01:00:02
- + 인쇄

“가방이 된 자동차” 업사이클링 패션 기업 모어댄의 슬로건이다. 언뜻 “무슨 말일까?” 궁금해 하며 모어댄 본사를 찾고 나서야 “아~!”라는 답을 찾았다. 회사 앞 작은 마당에 높인 자동차, 사무실 진열장에 놓인 가방과 지갑, 가죽 엑세서리를 보고 눈에 들어왔다.

◇‘모어댄’과 업싸이클링

그런데 ‘업사이클링’은 또 뭘까? 업사이클링(Up-cycling)이란 기존 플라스틱이나 옷(섬유), 가죽 등을 수거한 뒤 이를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뜻한다.

재활용 과정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고 소비자들이 더 만족할 수 있도록 제품 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 패션산업계에 일고 있는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과 착한소비의 트렌드를 반영한다. 자원을 채취하고 제품을 생산‧폐기하는 선형경제를 넘어 자원채취와 생산‧소비 과정에서도 자원절약과 재활용을 우선하는 순환경제로 변화하는 패션산업 흐름의 반영이다.

업사이클링은 친환경적인 생산과 소비를 통해 제품과 소비의 사회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한다. 패션업계는 수년전부터 ‘지속가능 경영’, ‘친환경 경영’, ‘착한 브랜드와 착한 소비’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대표적인 지속가능 실천의 하나로 꼽힌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변화시키는 모어댄

“가장 쓸모 없음을 가장 쓸모 있음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모어댄의 근간입니다.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어떤 회사이냐”라는 물음에 모어댄 최이현 대표의 짧지만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지난 2015년 5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을 위해 사업에 나섰다는 최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기본은 ‘새활용’ 또는 ‘재활용’을 의미하는 ‘업사이클링’이다. 

어떤 제품을 만드는 회사 일까? “프리미엄 업사이클링 패션 컴퍼니 모어댄은 자동차 생산과정과 폐자동차에서 수거되는 천연가죽, 에어백, 안전벨트를 재사용해 가방과 액세서리 제품을 제작합니다.” 회사 홈페이지의 설명이다.

사무실 한켠 진열장을 가득 채운 가방과 지갑, 핸드백, 서류가방과 장식품 등 많은 제품이 눈에 들어왔다. 최 대표는 “처음에는 버려지는 폐자동차에서 재료를 수거해 제품을 생산했다. 지금은 자동차 생산과정에서 버려지는 시트, 벨트 등 재료를 함께 공급받아 제품을 생한한다”고 설명했다.

“가방이 된 자동차”의 깊은 속뜻이 이해됐다. 모어댄이 추구하는 또 다른 가치는 사람이다. 단순히 버려지는 재료(가죽 등)를 재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만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사회’ 가치 구현을 위히 환경과 디자인, 사람을 생각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 자원의 선순환을 돕고 제품을 만는다.

◇지속가능한 가치의 중심은?

최이현 대표는 ‘사람’도 지속가능한 가치의하나로 판단한다. 직업교육과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핵심으로 포함된다. 최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모어댄이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실현’을 다른 기업과 소비자, 협력업체 등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매출성장과 같은 성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물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성과는 얼마나 재활용을 했는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최 대표는 “모어댄의 매출이 얼마였는가라는 것이 가치 판단의 우선 기준이 아니다”라며 “2018년 우리는 얼마나 많은 폐기물을 수거해 재활용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것이 모어댄이라는 기업의 가치판단 기준”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러한 이유일까? 모더앤의 브랜드 이름은 ‘컨티뉴(continew)’다. “모어댄은 폐자동차에서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되는 절대폐기물이 제로가 될 때까지 제품을 만들어 환경에 이바지 하고, 소비자에게 제품 그 이상의 가치를 담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어댄 브랜드 컨티뉴가 표방하는 가치다.

실제 최 대표는 1주일에 5톤 가량의 폐기물을 수거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400만톤의 매립폐기물 절감, 가방 1개당 1642리터의 물 절약’이라는 가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업사이클링은 재활용을 넘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실천으로 보여주는 방법이다. 모어댄은 그것이 가능하다는 걸 눈으로 학인시켜 주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 실천으로 보여 줄 것

사회적 기업, 업사이클링 패션기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출발은 자동차 ‘미니(MINI)’다.

최이현 대표는 “너무 갖고 싶었던 미니라는 차를 갖게 됐죠. 나중에 폐차를 하려는데 아쉬움이 많았죠. 활용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하게 됐죠.”

지난 2015년 5월 작은 걸음으로 출발한 모어댄. 하지만 2017년 9월 정식 제품을 내놓기 전까지 ‘보릿고개’였다. 최 대표에 따르면 2015년 사업 시작 뒤 첫 제품을 만들고 카카오와 함께 판매하며 소위 ‘완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생산과 판매를 중단했다. 그는 “사업을 멈춰야겠다. 이렇게는 지속하지 못하다. 수요가 있으면 꾸준히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우리는 지금 역량이 안된단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더 지속적인 기술, 소비자들에게 우리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제품 만들기가 우선이었다는 것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명확했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최 대표는 “당시에는 재료 생산 안정화가 우선이었다. 그러기 위해 재료 수급이 중요했고, 세척기술 개발도 해야했다. 특히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가치를 담은 제품을 만들기까지 연구개발에 더 힘을 쏟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물이 2017년 9월 세상에 당당하게 나왔다. 물론 보릿고개(?)에 주위의 많은 응원과 도움도 있었다. 모어댄의 가치에 공감한 SK이노베이션의 조건 없는 투자지원이 있었고,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다. 또 세척기술이나 친환경적인 생산시설 구축과 관련 LG의 노하우 지원, 그 외 많은 협력기업들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탐구생활] “가방이 된 자동차”…모어댄 최이현 대표최 대표는 “사회적 미션 때문에 시작한 기업인데 우리는 길게 미래를 보고 가자는 것이다. 모어댄이 추구하는 가치를 모두가 알아준 덕분에 지금의 성과가 있었다”라며 공을 돌렸다.

최근 모어댄은 가죽 세척을 하는 사회적기업들과의 협력으로 일감나누기를 실천한다. 특히 창업 이후 비영리기관을 통해 북한이탈 주민을 직원으로 채용한 것도 모어댄 현재를 보여준다.

올해 4월 경기도 고양시에 좀더 친환경적인 큰 규모의 생산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는 최 대표. 그는 “그 공장이 해썹(HACCP) 인증을 받았던 김치공장을 인수한 것”이라며 이 곳을 제품 생산시설로 재활용해 가동한다고 강조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 역시 ‘친환경’과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 때문이다. 해썹 인증을 받았던 식품 공장의 설비와 시설이 친환경 생산시설로써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재활용이나 새활용이나 지속가능한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 구성원들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최이현 대표. 그는 “구성원 개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과 조건을 개개인의 상황에 맞추는 것, 이러한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모어댄의 미션”이라고 힘줘 말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