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기자가 해봤다] ‘오토체스’, 배틀로얄 잇는 새 바람?

기사승인 2019-03-29 07: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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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콘솔, PC 외에 모바일 등으로 게임 플랫폼이 확대되면서 수많은 타이틀이 출시되고 있다. 유저들은 쏟아지는 게임들을 일일이 즐겨볼 수 없어 온라인 등에서 타인의 게임 플레이 리뷰 등에 의존해 즐길 타이틀을 고르기도 한다.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의 게임‧e스포츠 담당 기자들은 신작 또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더라도 고유의 매력을 갖춘 게임들을 찾아보고 이를 함께 체험, 그 첫인상과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보다 다양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각자 다른 연령과 게임 취향의 아래 기자들이 참여했다.

-김정우 기자
39세. ‘카운터스트라이크’ 15년, ‘오버워치’ 1000시간 이상 이용. 오버워치 골드~다이아 등급. FPS, MMORPG, 레이싱 시뮬레이션 게임 선호.

-문창완 기자
36세. 콘솔‧인디게임 선호. LoL 플레티넘5 등급. 배틀그라운드 2300점대. 싱글 플레이 완성도가 높은 패키지 게임을 중심으로 캐릭터 일러스트 취향이 맞는 모바일 RPG까지 즐김. 

-김찬홍 기자
25세. LoL, 오버워치, FIFA 주로 플레이. 가벼운 게임과 e스포츠 등 관전을 즐김. 모바일 게임보다 PC 온라인 게임을 선호. 

▶ ‘도타2’의 호흡기 

밸브가 2013년 선보인 MOBA(멀티플레이어배틀아레나) 게임 ‘도타2’는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2017년 펍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에게 내줬던 동시접속자 수 1위를 다시 탈환했다. 원동력은 새 이용자 모드 ‘오토체스’가 제공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밀려 주목 받지 못하던 국내에서도 PC방 점유율(게임트릭스) 1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도타2를 기반으로 중국 거조다다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오토체스는 도타2의 영웅 캐릭터들을 활용해 체스보드에서 전투를 벌이는 턴제 전략 게임 모드다. 영웅을 조합해 팀을 구성, 배치하고 자동 전투를 통해 상대와 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도타나 체스의 룰을 몰라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지만 영웅 조합이나 연승, 연패 등 다양한 운영 전략을 요구하는 ‘두뇌 게임’이다.

기존 MOBA 게임을 활용해 마치 디펜스 게임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인 오토체스는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다양한 관련 콘텐츠가 쏟아지며 이른바 ‘대세 게임’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imba와 파트너십을 통한 오토체스 e스포츠 대회 개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밸브를 비롯한 많은 글로벌 게임사들이 오토체스를 주목, 거조다다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에서는 라인게임즈가 거조다다와의 협업을 염두에 두고 ‘오토체스’ 상표권을 신청했다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취하한 바 있다. 향후 오토체스와 유사한 게임들이 쏟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 처음엔 “이게 뭐지?” 알고 나면 “빠져드네”

김정우: 업계에서는 지난해 배틀로얄의 유행처럼 앞으로 오토체스 바람이 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타2가 그동안 외면 받던 국내 PC방에서까지 주목을 받게 만든 주역인데 그 게임 방식이 다소 생소하다. RTS(실시간전략시뮬레이션)에서 파생된 MOBA 게임이 또 다른 게임을 낳은 꼴인데 모바일로 익숙한 디펜스 게임같은 첫인상도 있다.

김찬홍: 디펜스 게임에서 한층 업그레이든 된 게임이란 것이 느껴졌다. 일단은 무조건 ‘강한 캐릭터를 뽑아놓고 지킨다’라는 디펜스 게임의 공식에서 벗어나 더 머리를 쓰고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문창완: 솔직히 아무 정보 없이 처음 접했을 때 뭐가 뭔지 몰랐다. 어떤 캐릭터가 좋은지, 어떤 조합이 좋은지 몰라 처음에는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모르는 와중에도 라운드를 넘어갈수록 흥미가 생기고 매칭된 상대를 이기면 성취감도 있다. 단순한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지만 도타의 캐릭터와 그래픽을 그대로 써서 익숙한 느낌을 준다.

김정우: 체스판 같은 배경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처음 보면서는 모바일 게임에 적합한 단순한 게임성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두뇌게임이라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운영 전략이 요구되는데 들인 노력에 비해 몰입감도 높아지는 것이 게임의 특징이니 인기를 누리지 않나 싶다.

[쿡기자가 해봤다] ‘오토체스’, 배틀로얄 잇는 새 바람?

김찬홍: ‘이자’ 시스템이나 연승·연패, 아이템 조합과 같이 도타 체스 특유의 시스템은 더 머리를 굴려야 하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게임을 몇 번 하면서 빠르게 계산을 해야 하는 점이 상당히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초반 3라운드까지의 상황도 상대를 지켜보면서 전술을 짜는 것이 몰입감을 더한다. 또 이 과정의 밸런스도 상당히 잘 잡혀있다.

김정우: 영웅의 종족과 직업 조합이나 영웅 배치에 따른 변수가 머리를 복잡하게 하면서도 도전욕구를 자극하고 상대가 보유한 영웅을 얻을 확률이 낮아지는 점 등은 이 게임의 밸런스 조정에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으로 보인다.

문창완: 무작위성이 매우 강해서 순발력 있게 덱을 짜고 배치해야 한다. 유닛마다 특성과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제대로 즐기려면 상당히 연구를 해야 한고 유닛을 배치하는 준비 시간도 길지가 않아 손이 빨라야한다.

김찬홍: 아쉬운 부분도 있다. ‘유즈맵’으로 불리는 모드에 불과하지만 아직 튜토리얼이 없어 게임을 처음 하는 유저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글화 패치도 아직 진행 중이라 초입에 어려움을 겪으면 게임을 금방 접을 수도 있다. 매칭 과정도 상당히 길어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가 된다.

문창완: 처음에는 ‘이게 왜 재미있지?’라고 생각했다 오기가 생겨 계속해봤는데 확실히 재미가 있다. 하지만 한 판을 진행하는데 은근히 시간이 오래 걸려 가벼운 느낌은 아니다.

김찬홍: 디펜스 게임을 즐겨 하는 유저라면 오토체스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다. 또한 새로 진입하는 유저도 3~4판 정도 해본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김정우: 오랜 기간 사랑받는 일부 보드게임이나 과거 ‘테트리스’부터 최근 배틀로얄까지 그 밸런스와 완성도를 인정받는 게임이 생명력을 갖기 마련이다. 복잡하면서도 균형 있게 짜인 새로운 방식이 주목을 받은 만큼 일각의 예상대로 이를 응용한 게임들이 그 판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문창완 기자 lunack@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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