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화장하고, 만화책 보고... "장난치나" 싶은 정준영과 승리

화장하고, 만화책 보고... "장난치나" 싶은 정준영과 승리

기사승인 2019-03-29 12:2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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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만화책, 반말.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온상으로 지목된 승리, 정준영, 최종훈의 최근 근황에서 드러난 면면들이다. 사건 본질과는 큰 관련이 없지만 이들의 ‘사생활’은 크게 비판받고 있다. 한 마디로 ‘괘씸죄’다.

지난 26일 방송된 채널 A의 ‘뉴스A’는 “정준영이 유치장에서 만화책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찰 조사를 받는 것 외에는 크게 할 일이 없는 정준영이 유치장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인 27일 머니투데이는 정준영에 앞서 경찰 조사를 받은 승리가 미용실에 찾아가 메이크업을 받았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초 목격자 인터뷰에 따르면 승리는 풀 메이크업을 받은 후 눈매를 진하게 해 달라 등의 보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해당 미용실의 원장 인터뷰를 통해 일부 사실이 정정됐다. 경찰의 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14일과 비공개 소환조사를 받은 지난 26일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은 것은 맞으나, 눈 밑의 다크서클을 가리는 등의 보정만 진행했다는 것. 

최종훈의 경우 2016년 2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근에서 음주단속에 적발되자 경찰에 반말을 한 사실이 최근 보도됐다. 음주 단속에 적발된 후 그대로 달아났지만 단속 경찰관은 곧장 그를 추격했고, 당시 최종훈은 경찰에게 “200만원 줄게, 좀 봐줘”라고 반말을 하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경찰은 최종훈의 뇌물공여시도를 무시하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 파출소로 연행했다. 그러나 최종훈은 자신을 무직이라고 소개하며 신분을 속이기까지 했다.

‘버닝썬 게이트’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세 사람의 근황 혹은 사생활 태도다. 현재 정준영의 경우 구속 상태이며 승리와 최종훈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위의 세 사건은 ‘버닝썬’사건과는 본질적인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렇게 강도 높게 비판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태도 문제다. ‘버닝썬 게이트’는 마약 유통 밑 복용, 성관계 불법촬영 및 유포와 성매매 알선, 나아가 경찰유착과 탈세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는 사건이다. 세 사람이 주도해서 일으킨 일인지, 혹은 끄트머리에 걸쳐져 있는 빙산의 일각일 뿐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더욱이 세 사람은 대중의 사랑을 등에 업었기에 관련 사건을 저지르는 것이 가능했다. 인기 연예인이었기에 클럽 ‘버닝썬’의 대표 행세를 했고, 유명세로 여자친구를 만났다. 음주운전을 무마하려던 돈이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임은 명약관화다. 

만화책을 보는 것, 메이크업을 하는 것, 남에게 반말하는 것. 모두 불법은 아니다. 사생활의 영역이다. 그러나 상황과 맞물리니 괘씸하다. 정준영은 지난 21일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저로 인해 고통을 받으시는 피해자 여성분들, 사실과 다르게 아무런 근거 없이 구설에 오르며 2차 피해를 입으신 여성분들, 지금까지 저에게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죄 드린다"고 사과했다. 승리와 최종훈 또한 비슷한 사과를 전했다. 하지만 머리 숙여 사죄하며 화장하고, 사죄한 후 만화책을 본다. 경찰에게 반말을 하고, 기자회견 전에 “죄송한 척 하고 올게”라고 했다던 그들이 저지른 일은 폭력이었음을 생각하면 시쳇말로 장난이라도 치나 싶을 정도다.

지난 21일 한국여성민우회와 한국여성의전화 등은 버닝썬 관련 공권력 유착 사건에 대해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진상규명과 엄중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 주최측은 버닝썬 사건에 관해 “드러난 피해자만 10여명에 이를 정도로 정준영을 비롯한 대화방의 인물들은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실행하고 공유하는 범죄집단이었고, 그들은 스스로 범죄행위임을 인지하면서도 아무 거리낌이 없었다”고 밝혔다. 정준영과 승리, 최종훈은 아직도 범죄행위에 대해 아무 거리낌이 없는 것이 아닐까. 그들이 정말로 사죄하고 있고 죄의식에 몸부림치고 있다면, 화장을 하고 만화책을 볼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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