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성들 “낙태죄는 위헌... 여성을 임신도구 간주말라”

헌법재판소 낙태죄 위헌 판결 앞두고 폐지 촉구 집회 30일 광화문서 열려

기사승인 2019-03-30 20: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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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는 위헌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며 거리로 나선 이들의 주장이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은 낙태죄를 폐지하고 전면 비범죄화 보장하라. 재생산권 보장하라. 낙태죄 카운트다운. 새로운 세계 지금 당장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정부를 비판하는 소위 태극기부대의 구호 대신 새로운 외침이 울렸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하 모낙폐)'은 여성·인권단체 등과 함께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 집회를 30일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열었다. 

모낙폐는 “우리는 낙태죄를 폐지할 것이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여성의 몸은 통제하고 징벌하며 건강과 삶을 위협해온 역사를 종결할 것”이라며 “국가가 인구를 줄이기 위해 ‘강제 낙태’와 불임시술을 강요하다가 다시 저출산 해소라는 명목으로 임신중지 여성을 비난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행태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에 ▲임신중지 전면 비범죄화 ▲포괄적 성교육·피임 접근성 확대 ▲임신중지 약물 도입 ▲ 우생학적 모자보건법 개정 ▲낙인·차별없는 재상산권 보장을 촉구했다.

해외와의 연대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킨가 젤린스카 위민헬프위민 이사는 “유산 유도제는 혁명을 가져왔다”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권장하고 있다. 한국의 여성도 이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 당신의 권리를 위해 싸워라”고 전했다. 

실비아 레온 아르헨티나 노총(CTA-A)젠더·평등 위원장도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합법적 임신중지 법이 좌절됐다”면서 “입법에는 실패했지만 사회적인 합의를 형성했다.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쟁취하고 위험한 불법 시술로 사망하지 않는 세계가 곧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1500명이 모여 낙태죄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집회 참석자 A씨는 “내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몸이었지 온전히 내 몸인 적이 있었느냐”며 “낙태죄 위헌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대한 권리, 주권을 주장하러 왔다”고 집회 참가 이유를 밝혔다.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낙태죄 폐지 반대 집회에서 생명 존중이라는 단어를 봤다.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도 지우면서 새로운 생명을 존중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고 반문하며 “내 몸은 나의 것이며 개인은 자신의 몸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임신을 시작하고 중지하는 것도 당연한 선택지로, 임신중단은 임신할 수 있는 사람의 권리가 돼야 한다. 국가는 여성의 몸을 임신할 수 있는 도구로 취급하는 것을 멈춰라. 여성도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장] 여성들 “낙태죄는 위헌... 여성을 임신도구 간주말라”

이후 서울파이낸스센터에서 광화문 광장을 거쳐 안국역 사거리까지 거리 행진이 이어졌다. 경찰의 현장 통제가 있었지만, 간혹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한 시민은 “낙태죄는 살인인데, 살인을 합법화하라는 말이냐”고 주장하며 집회 참석자들과 충돌했다. 

한편, 모낙폐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다음달 10일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체는 판결 당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 개최를 계획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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