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가장 오래 된 ‘의례용 배 모양 목제품’ 출토(종합)

입력 2019-04-02 1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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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경주 월성에서 역사상 가장 오래된 ‘소형 목재 배’가 발굴됐다. 4~5세기쯤 사용된 온전한 형태의 실물 방패도 함께 출토됐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해 추진한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정밀발굴조사 중 ‘해자’ 내부에서 의례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축소 모형 목재 배 1점과 4~5세기에 제작된 가장 온전한 형태의 실물 방패(防牌) 2점이 발굴했다고 밝혔다.

또 소규모 부대 지휘관 또는 군(郡)을 다스리는 지방관인 당주(幢主)와 곡물이 언급된 문서 목간 1점 등도 출토됐다.

2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축소 모형 목재 배는 현재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축소 모형 배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통나무배보다 발전된 형태로 실제 배와 같이 선수(뱃머리)와 선미(배꼬리)가 분명하게 표현된 준구조선(準構造船)으로 크기는 약 40cm다.

재질은 약 5년생 잣나무류이며, 제작 시기는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결과 4세기 중반에서 5세기 초반 사이로 나타났다. 목선 중에는 이보다 시기가 이른 유물들이 있지만, 조각으로 발견돼 완전한 형태를 유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화재청은 "배 가운데에 불을 놓은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아 등불을 올린 뒤 물 위에 띄운 듯하다"며 "어떤 형태의 의례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신라 왕실을 위한 의례용 유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방패는 손잡이가 있는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사례이며, 가장 온전한 실물 자료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2점 모두 해자의 최하층에서 나왔다. 하나는 손잡이가 있고, 하나는 없는 형태다. 크기는 각각 가로‧세로가 14.4×73cm와 26.3×95.9cm이며, 두께는 1cm와 1.2cm이다.

경주서 가장 오래 된 ‘의례용 배 모양 목제품’ 출토(종합)

목간은 3면 전체에 묵서가 확인됐다. 내용은 곡물과 관련된 사건을 당주(幢主)가 보고하거나 받은 것이다. 6세기 금석문(국보 제198호 ‘단양 신라 적성비’)에 나오는 지방관의 명칭인 당주가 목간에서 등장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 벼, 조, 피, 콩 등의 곡물이 차례로 등장하고 그 부피를 일(壹), 삼(參), 팔(捌)과 같은 갖은자로 표현했다.

앞서 안압지(현재 동궁과 월지) 목간(7~8세기)에서도 갖은자가 확인되었는데, 신라의 갖은자 사용 문화가 통일 이전부터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이 외에도 호안(護岸) 목제 구조물과 다양한 유물들이 나왔다.

목제 구조물은 해자 호안(기슭) 흙이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로 수혈해자 북벽에 조성했다. 수혈해자 바닥을 파서 1.5m 간격으로 나무기둥(木柱)을 세우고 그 사이에는 판재(板材)로 연결했다. 최대 높이 3m인 나무기둥과 최대 7단의 판재가 남아 있어, 대규모 토목 공사가 삼국통일 이전에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신라의 목제 구조물 전체가 확인된 최초의 사례로, 당시의 목재 가공 기술을 복원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자 내부에서 총 63종의 신라의 씨앗과 열매도 확보했다. 이는 국내 발굴조사 상 가장 많은 수량이다.

해자 주변의 넓은 범위에 분포했던 식물자료를 알아보기 위해 화분분석을 실시해 물 위의 가시연꽃, 물속에 살았던 수생식물(水生植物), 해자 외곽 소하천(발천 撥川)변의 느티나무 군락(群落) 등을 파악했다.

물의 흐름‧깊이‧수질을 알려주는 당시의 규조(珪藻, 물에 사는 식물성 플랑크톤)를 분석해 해자에 담겼던 물의 정보도 알아내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신라인들이 가시연꽃이 가득 핀 해자를 보며 걷고, 느티나무 숲에서 휴식을 취했을 5세기 무렵 신라 왕궁의 풍경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6개월 전후의 어린 멧돼지뼈 26개체도 발굴됐다. 이는 신라인들이 어린개체를 식용(食用) 혹은 의례용으로 선호하였던 것을 시사해준다.

삼국 시대 신라 왕경에서 최초로 곰뼈도 나왔다. 현재까지 15점(최소 3개체)이 나왔는데, 앞발과 발꿈치 등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활용한 것이 특징적이다.

2~3세기부터 분묘 유적에서 다수 출토되는 수정(水晶)도 가공되지 않은 원석상태로 출토했고, 단조철부(鍛造鐵斧, 쇠도끼) 36점도 확인했다.

철부는 실제 사용 흔적이 있었으며, 석축해자 축조과정 혹은 의례 등과 관련해 한꺼번에 폐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방패와 목제 배 등 이번에 공개된 유물을 포함해 지금까지 월성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유물들은 오는 5일부터 6월 2일까지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는 ‘한성에서 만나는 신라 월성’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경주=최재용, 성민규 기자 gd7@kukinews.com, smg5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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