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으로 죽을 것 같다”…입원 못 하는 암환자들

‘비급여’라는 이유로 암치료 관련 급여 삭감, 강제퇴원으로 이어져

기사승인 2019-04-04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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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요양병원에 입원한 암 재활환자를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해 입원진료비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전액 삭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암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라는 이유로 삭감조치를 한 사례가 발생하자 암환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3일 한국 암환자권익협의회 회원들은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암환자 치료비 삭감에 항의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심평원으로부터 비급여 치료를 받은 수십명의 환자에 대한 요양급여가 삭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비급여 치료는 ‘의학적 치료’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선데, 환자들은 항암제 내성 등으로 사용 가능한 약제가 제한돼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치료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또 이로 인해 강제적으로 퇴원을 당한 환자들은 치료 공백기간이 생겨 생명과 치료에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주 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작년에 심평원이 암환자에 대한 부당한 삭감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항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심평원 김승택 원장은 이런 이유로 다시는 암환자가 피해가 없도록 세밀한 검토를 하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했다”면서 “그런데 최근 충청 대전지원으로부터 한 병원에서 수십명씩 삭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국가가 암환자들을 병원에서 또 거리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김성주 대표는 “심평원은 중증질환자인 암환자의 산정특례기간 동안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치료를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멈추길 바란다. 삭감을 통해 어떤 분들은 운명을 달리하셨고, 또 어떤 분들은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더 이상 쓸 약이 없어 지금 새로운 약을 찾아다닌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급여가 의학적인 치료가 아니라서 인정할 수 없다는 심평원이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특히 임의 비급여도 아닌 법정 비급여를 ‘의학적인 치료가 아니라 삭감했다’는 각 지원들의 삭감해명을 듣고 암환자 중 1인으로서 ‘보장성 강화’라는 정부정책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라며 “암환자들은 법정 비급여인 면역치료와 고주파 온열치료, 식이요법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통증완화와 심리적 안정을 취하며 입원치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통으로 죽을 것 같다”…입원 못 하는 암환자들

삭감을 당한 암환자들은 부당한 조치로 인해 치료 공백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40세인 한 고악성활막육종암 환자는 “4년간의 항암으로 관절통, 손가락 통증은 버틸만하다. 그러나 흉강경수술부위와 다리통증이 심할 땐 마약성진통제가 없으면 정말 힘이 든다”면서 “약물 부작용으로 인해 간보호제, 혈압약, 두통약, 지사제, 정장제를 복용한다. 변의를 느끼지도 못하는데도 아침에 속옷에 설사를 지린지가 벌써 수십회”라고 호소했다.

그는 “그런데 왜 삭감조치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도 알고 싶다”며 “환자 본인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경우 삭감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심평원은 환자에게 삭감 통보와 이의제기 절차안내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폐암 환자는 “2016년 10월부터 먹는 항암제를 투약하다가 너무 힘들어 담양에 있는 A요양병원에 입원해서 고주파 등 면역치료를 했다. 당시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그러다 2017년 3월 항암제 내성이 생겨 다음 달 약을 바꾸어 먹었고, 2018년 8월까지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요양병원에서 5, 6, 7월 통삭감이 되었다며 퇴원하라고 통보를 해 어쩔 수 없이 퇴원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 환자는 “심평원 광주지원에 전화해 구제절차에 대해 물으니 환자 개인은 참여할 수 없고 병원에서 해 주어야만 한다고 했다”며 “입원을 할 수 없어 집으로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진통이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급여로 치료할 수 있는 치료가 전혀 없었고, 진통은 갈수록 심해져 날마다 몸부림을 치다 아침을 맞이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입원해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면 현재 이런 고통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통삭감이 한 사람의 삶을 통째 바꾸어 놓았다”고 비난했다.

협의회는 삭감이나 부당한 사안이 일어나 의료 공백이 발생했을 때 환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성주 대표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등 환자의 생명과 치료에 직결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 의료기관과 동시에 환자에게도 통보해야 한다”면서 “지금은 의료기관만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데, 당사자인 환자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항암치료 중 사람마다 나타나는 부작용 종류와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며 “통상적인 치료방법과 다소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치료방법은 환자개인의 건강상태 및 담당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치료방법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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