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방탄소년단에 열광할까

기사승인 2019-04-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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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에서 전 세계를 이끄는 젊은 리더가 된 이의 마음은 어떨까.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솔로곡 ‘페르소나’(Persona)에서 ‘가면. 난 도대체 누구지?(Persona. Who the hell am I)’라고 묻는다. 지난 12일 오후 6시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된 새 음반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를 여는 첫 곡이다. RM은 이 곡에서 “나 따위가 무슨 music” “나 따위가 무슨 소명”이라며 혼란스러워하다가도, 이내 ‘난 그냥 네가 울 때 내 모든 어깨를 내어주고 싶어’(I just wanna give you all the shoulders when you cry)라며 다시 나아간다.

방탄소년단은 두 장의 음반을 빌보드 1위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하던 지난해 초 해체를 두고 고민했다고 한다. “우리 그릇 이상으로 넘치게 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것이 진정 우리가 원하던 것이 맞나”(‘제33회 골든디스크 어워즈’ 중 RM의 말)하는 고민에서였다.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는 방탄소년단이 이런 고민 끝에 찾은 답을 노래로 보여주는 듯한 음반이다. 팬클럽 아미(ARMY)를 향한 열렬한 고백으로 채워진 7개의 트랙은, 방탄소년단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멤버들 스스로가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영혼의 지도’라는 음반 제목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건 그래서다. 

이 음반에서 방탄소년단은 “높아버린 sky, 커져버린 hall” 때문에 “때론 도망치게 해달라며 기도했”(‘작은 것들을 위한 시’ 가사 中)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세상을 다 가진 줄 아는” 세간의 시선은 “뭔가 허전”하고 “이룬 자가 느낀 낯선 기분”(‘홈’)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창작의 고통” “시대의 호통”을 “쭉 들이켜”(‘디오니소스’)고, “집중해서 꼭 네게 닿고 말겠어”(‘자메뷰’)라며 다리에 다시 힘을 준다. 이들에겐 사랑하는 ‘너’가 있는 곳이 ‘집’이고, 널 향한 길을 가는 것이야말로 유일하게 올바른(‘메이크 잇 라잇’) 일이다. 서로를 알아본 방탄소년단과 아미는 “우리대로 빛나”는 저마다의 ‘소우주’에 도달한다.

우리는 왜 방탄소년단에 열광할까방탄소년단의 이런 가사는 이들의 서사와 어우러져 진정성을 얻는다. 이미 데뷔 초부터 같은 시대를 사는 또래들의 이야기를 노래 안에 담아냈던 방탄소년단은, 어느 순간 적극적으로 청자를 노래 안에 개입시키기 시작했다. ‘너’와의 관계를 거듭 강조하는 ‘맵 오브 더 소울: 페르소나’의 노래들처럼, 청자와의 유대로써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듣고 ‘위로받았다’ ‘치유받았다’는 반응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하는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저서 ‘BTS: THE REVIEW’에서 방탄소년단의 ‘다름’으로 꼽은 점도 바로 이런 특징이다. 김 평론가는 “BTS(방탄소년단)는 그간 아이돌 음악에서 기피되던 청춘과 성장의 내러티브를 콘셉트이자 정체성으로 적극적으로 껴안아 그것을 심오한 메시지와 세련된 음악 안에 녹인 사실상 유일한 케이팝 그룹”이라고 평가하며 “아미는 국적을 불문하고 BTS가 가진 ‘언더독’으로서의 설움, 그들의 성장과 고뇌 그리고 그들의 환희를 모두 이해하며 그것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한다”고 분석했다. 

국내 언론은 방탄소년단이 새 음반으로 낼 성과들에 주목할 것이다. 이들이 공연하는 스타디움의 규모나 빌보드 차트에서 기록할 순위를 전하고, 나아가 콧대 높기로 유명한 그래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예측하려 들 게다. 물론 이런 성과는 케이팝 역사에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빛나는 성취는 정량적으로는 측정 불가한, 하지만 개인의 삶에 깊이 남을 어떤 자국이지 않을까. ‘BTS: THE REVIEW’에 실린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말을 빌린다. “‘마침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데 성공했다. 당신도 그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중략) 이 만트라가 우리 시대의 청년들을 자기혐오에서 끌어내고 그들의 영혼을 그야말로 ‘방탄’된 영혼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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