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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빠와 1등은 동의어가 아니다

1빠와 1등은 동의어가 아니다

이승희 기자입력 : 2019.04.16 04:00:00 | 수정 : 2019.04.15 22:21:03

최초와 최고는 다르다. 기업들도 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기업이 최초 경쟁에 열을 올린다. ‘1빠’가 1등을 보장해주진 않지만 리딩 기업이 될 가능성은 높여준다. 작은 가능성을 담보로 달리고 보는 거다. 그렇게 달리다 보면 가끔 전후가 바뀌고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애석하게도 5G(5세대 이동통신) 최초 경쟁이 그랬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지난 3일 세계 최초 5G 상용화에 성공했다. 미국보다 58분 빠른 ‘기습 상용화’였다. 이와 관련해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가 최초라는 타이틀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았냐는 말이 있다. 무리하게 했다”고 인정했다. 

무리한 경쟁 후 남은 것은 수많은 불만과 우려다. 5G가 터지지 않아 LTE만 이용한다는 경험담은 끊이지 않는다. ‘실내에서 터지지 않는다’ ‘유용한 콘텐츠가 없다’ 등의 지적은 기본이다. 이통사가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고의로 LTE 속도를 떨어뜨렸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업계는 어느 정도 예고됐던 일이라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은 계획했던 ‘3월 5G 상용화’를 지키지 못했다. 1년 넘게 준비했지만 예정일에 맞추지 못한 거다. 애초에 3월 상용화가 가능한 일이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퀄컴으로부터 5G 칩을 받아야 하는 LG전자는 아직 단말조차 출시하지 못했다.

정부에게도 책임은 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의 특성을 지닌 5G는 3.5GHz와 28GHz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4G 대비 고주파라 파장이 짧다. 이 때문에 기지국과 중계기를 최대한 많이 설치해야만 전파 사용에 무리가 없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주파수 경매 당시 이통3사의 기지국 의무 설치 기준을 완화했다. 3.5㎓는 15만개 기지국, 28㎓는 장비 기준 10만대로 정했다. 그 결과 사용자들은 5G폰으로 5G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글로벌 시장도 녹록지 않다. 미국 이동통신산업협회 CTIA는 미국과 중국이 5G 준비 순위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뒤를 잇는 3위에 그쳤다. CTIA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G 상용 서비스 거점 수는 올 연말까지 92곳이 될 예정이다. 한국의 2배 수준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G 경주에서 다른 나라가 미국을 앞지르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을 감안한다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요금인가제 폐지 역시 논의만 되고 있을 뿐 진행이 지지부진하다. 요금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을 출시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수정할 때 정부에 허가를 받는 제도다. 문제는 요금인가제가 도입된 1991년과 지금은 시장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5G 요금제 출시 후 적극적으로 요금제를 수정하는 경쟁사들과 달리 SK텔레콤은 프로모션만 조금씩 변경했다.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지배적 사업자가 도태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국은 최초 타이틀을 쟁취했다. 이제 최고 경쟁에 치중할 때다. 유 장관은 이동통신 3사 대표들에게 “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품질 향상을 주문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정부 기관들에서도 명심해야 할 말이다. 이통3사에만 책임을 지운다면 ‘세계 최초 5G’는 반쪽짜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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