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이번엔 일장기..로드 FC의 애처로운 마케팅

이번엔 일장기..로드 FC의 애처로운 마케팅

기사승인 2019-04-16 17: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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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이번엔 일장기..로드 FC의 애처로운 마케팅흥행을 위한 로드 FC의 ‘노이즈 마케팅’이 계속되고 있다.

권아솔은 15일 자신의 SNS에 “GSP랑 같이 훈련하더니 똑같은 XX가 됐네. 넌 형한테 좀 맞자”라는 글과 함께 일장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두른 만수르 바르나위의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이를 두고 ‘로드 FC가 반일 감정을 이용하려 든다’는 팬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선악 구도를 형성해 둘의 경기를 향한 관심을 고조시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권아솔과 바르나위는 오는 5월18일 제주한라체육관에서 열리는 ‘굽네몰 ROAD FC 053 제주’에서 맞대결을 치른다. 이날 경기는 ‘100만불 토너먼트’ 최종전으로 거액의 우승 상금과 라이트급 챔피언 벨트, 트로피가 걸린 로드 FC의 클라이막스다.

로드 FC가 권아솔을 전면에 내세운 이벤트를 연 데는 이유가 있다. 권아솔이 로드 FC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지도를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또 권아솔은 특유의 ‘트래쉬 토크’로 유명하다. SNS에서 상대 선수를 향한 도발을 멈추지 않는다. 세계적인 UFC 선수인 맥그리거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기도 한다.

이번 ‘100만불 토너먼트’에서도 권아솔의 지나친 도발은 계속됐다. 

지난 2월20일 샤밀 자브로프와 바르나위의 맞대결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경기는 바르나위가 이길 것 같다. 그러나 자브로프가 이겼으면 한다. 그래야 나한테 매 맞을 수 있지 않겠나. 그러면 하빕이 약 올라서 나와 싸우려고 하지 않겠나”고 도발했다.

그가 지칭한 하빕은 유명 UFC 선수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다. 권아솔과 기량 차이가 현격한 선수다. 권아솔 본인도 이를 모를 리 없다. 

이는 흥행을 위해 계산된 마케팅 전략일 가능성이 높다. 이른 바 ‘권아솔 마케팅’이다.

그가 ‘비호감’이 되는 것과 비례해 대중들의 관심도는 상승한다. 권아솔이 뉴스를 꾸준히 생산하니 미디어 속에서 로드 FC의 노출도도 커졌다. 

실제로 이번 결승전은 제주도에서 열림에도 일찌감치 표가 동났다. 관중이 적은 국내 격투기 대회 사정을 생각하면 값진 성과다. 권아솔이 하빕과 억지로 대립각을 세운 덕에 ‘100만불 토너먼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로드 FC의 이러한 노이즈 마케팅이 지나치다는 생각 또한 지울 수 없다.

특히 바르나위가 일장기가 그려진 머리띠를 두르고 사진을 찍은 것, 이를 권아솔이 지적하며 반일 감정을 유도한 것은 로드 FC의 지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들어 불편하다.

지난 2014년 로드 FC에선 개그맨 윤형빈과 타카야 츠쿠다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이는 2011년 파이터 임수정이 일본 예능 방송에 출연해 기존의 약속과 다르게 상당한 실력을 보유한 일본인 개그맨 3명과 격투를 벌여 전치 8주의 부상을 입은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격분한 윤형빈이 트위터에 “비열한 경기였다. 같은 개그맨끼리 3대3으로 붙어보자!”고 제안했고 타카야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일방적인 응원 속에 윤형빈은 TKO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팬들 사이에서 타카야가 임수정 사건과 연관이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타카야는 임수정에게 상해를 입은 개그맨 3명 중 1명이 아니었다. 로드 FC가 ‘임수정의 복수’를 강조했기 때문에 사실 관계 파악을 하지 못한 팬들로선 충분히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로드 FC가 설계한 한일 대립구도는 흥행을 이끌어냈지만 타카야에겐 상처만 남았다.

후에 타카야는 인터뷰에서 “처음 윤형빈과의 경기를 제의받았을 때 흥행을 위해 연예인을 기용해서 나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알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얇은 선수 층, 격투기에 대한 국내시장의 낮은 관심도 등으로 인해 흥행이 어려운 로드 FC의 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뻔히 반복되는 이런 식의 노이즈 마케팅은 ‘반짝 흥행’만 이끌어낼 뿐 근본적인 해결법이 될 수 없다. 선수들이 ‘파이터’가 아닌 ‘광대’로 전락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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