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위, 손 놓은 금융법안 매달 30건씩 증가…금융혁신 '난망'

기사승인 2019-04-19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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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관련 법안의 국회 처리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금융혁신은 물론 재벌개혁까지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를 두고 금융관련 법안을 처리할 국회 정무위원회가 여야 간 대립으로 법안처리에 소홀하다는 목소리다 높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일하는 국회법’이 지지부진한 정무위의 법안처리에 변화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매월 30건씩 쌓여가는 의안들, 결국은 자동폐기=20대 국회 정무위가 2016년 6월 첫 구성된 이후 현재까지 처리되지 못한 의안이 총 102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회 임기 내 처리되지 못한 의안들은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19일 국회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정무위에 접수된 의안은 총 1420건에 달한다. 이중 현재까지 처리된 의안은 391건(27.5%), 미처리된 의안은 1029건(72.4%)으로 집계됐다. 정무위가 구성된 이후 34개월간 매월 평균 41건의 의안이 접수돼 30건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무위가 1건의 의안을 처리하는데 평균 210일, 7개월이 소요되며, 지금 같은 속도로 정무위가 의안을 처리할 경우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에는 총 1419건의 의안이 처리 없이 자동폐기 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무위의 법안 처리율은 법제사법위원회(14.87%), 교육위원회(11.65%), 문화체육관광위원회(13.43%) 보다 높았지만 기획재정위원회(35.99%), 국토교통위원회(40.95%), 여성가족위원회(42.24%) 등 상임위 보다는 뒤쳐져 전체 평균 31.03%에 못 미친다.

◇미처리 의안에 파묻힌 핵심 법안들=정무위에 계류된 1029건의 의안에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금융혁신은 물론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재벌개혁과 관련된 법안들이 포함돼 있다. 대표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보험업법 개정안(박용진의원 대표발의) 등이 아직까지 미처리 상태로 남아있다.

금소법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핵심제도의 법적 근거를 담고 있는 법안이다. 금융상품 판매 시 설명 의무를 부과하고 불공정거래와 부당권유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청약철회나 판매제한명령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다수의 제도를 담고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은 삼성, 한화, 현대차, DB, 롯데, 교보생명, 미래에셋 등 그룹 내 금융사를 포함하고 있는 대형그룹의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발의된 법이다. 그룹사간 동반 부실화를 막기 위해 그룹 전체 자본 적정성과 위험관리 실태를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한도 계산 시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변경하고 한도 초과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 처분과도 관련이 깊어 대표적인 재벌개혁 법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밖에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한 신용정보법, P2P대출법, 가상통화 취급업소에 관한 특정금융거래정보법, 금리부당 산정 은행을 제재할 은행법 등 다양한 법안이 제·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정무위, 손 놓은 금융법안 매달 30건씩 증가…금융혁신 '난망'◇‘일하는 국회법 시행되지만, 국회 곧 총선모드=사실 국회의 법안처리 속도가 지지부진한 것은 고질적인 문제다. 앞서 수차례 지적된 바 있다. 이에 국회 내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소위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국회의 자체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일하는 국회법은 상임위 별로 법안심사를 담당하는 소위를 복수로 두고, 매월 2회 이상 가동하도록 의무화한 내용이 골자다. 상임위의 법안처리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목적이다. 일하는 국회법은 이달 5일 국회를 통과해 7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다만 일하는 국회법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7월부터 무더운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는 데다 별도의 소위를 구성하면 올해 하반기가 다 지나서야 ‘일하는 국회법’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총선준비에 들어가면 강제력이 없는 법안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나타낼지 미지수다.

따라서 일하는 국회법은 다음 21대 국회에 가서야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번 국회에서 상임위 법안소위를 복수·정례화하는 법안이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며 “새 국회를 구성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효과를 내놓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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