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재벌가, 마약 혐의로 몸살…‘마약 청정국’은 옛말

기사승인 2019-04-21 13: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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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와 재벌가 등에서 마약 스캔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이른바 ‘마약 청정국’으로 불리던 별칭이 빛을 바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현대그룹 일가 3세 정모(28)씨를 21일 체포했다. 

정씨는 지난해 서울 자택에서 해외 유학 시절 알게 된 마약 공급책 이모(27)씨로부터 변종 마약인 액상 대마 카트리지를 구입, 3차례 함께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는 공급책이었던 이씨가 지난 2월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 영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입국 시점을 변호인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씨를 상대로 여죄가 있는지 확인한 후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씨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로, 고 정 명예회장의 8남인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아버지 회사에서 상무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31)씨는 지난 9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최씨 또한 공급책 이씨로부터 변종 마약인 대마 쿠키와 액상 대마 카트리지 등을 15차례 사서 피운 혐의를 받는다. 

최씨는 지난 2000년 별세한 최윤원 SK케미칼 회장의 아들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그는 최근까지 SK그룹 계열사인 SK D&D에서 근무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도 마약 투약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황씨는 지난 2015년 5월~6월, 9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와 지난해 4월 향정신성 의약품인 클로나제팜 성분이 포함된 약품 2가지를 불법 복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황씨의 마약 혐의는 연예계로까지 불똥이 튀었다. 황씨가 자신의 옛 연인이었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박씨가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물건을 찾아 황씨 소유의 오피스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담긴 CCTV 등을 확보했다. 

그러나 박씨는 이와 관련 의혹이 불거지자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조만간 박씨와 황씨를 대질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계·재벌가, 마약 혐의로 몸살…‘마약 청정국’은 옛말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씨도 마약 투약 혐의로 지난 8일 경찰에 전격 체포됐다. 하씨는 최근 자신의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하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다만 법원이 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마약류 관련 범죄가 잇따라 드러나자 정부는 단속에 칼을 빼들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온라인에서 물뽕(GHB) 등 마약류에 대한 매매 정보를 집중 감시 중이다. 해경 등도 국제 여객선과 외항선 등 해상을 통한 마약류 밀반입을 특별 단속 중이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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