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치된 정신질환자 찾기

기사승인 2019-04-3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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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방치된 정신질환자 찾기

“정신질환자에게 자살시도나 타해 등 문제가 나타나기 전에는 반드시 외면적으로 드려나기 마련입니다.”

정신장애인 인권 단체 대표의 말이다.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정부의 부실한 위기대응 시스템을 지적한 것이다. 그의 말처럼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각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조증상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일례로 자살로 사망하는 이들은 사망 전 언어나 행동으로 경고신호를 보낸다. 우울해하던 사람이 죽음을 언급하거나 신변정리를 시작할 때, 느닷없이 ‘고맙다’등 이별을 암시하는 말을 할 때에는 주변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진주 방화·살인 사건의 피의자 안인득(42)도 방화·살인 사건 이전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켰다. 가족과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문제행동을 보여 아파트 주민들이 올해만 5번이나 경찰에 신고했으며, 사건 발생 12일 전 피의자의 가족들이 정신의료기관에 보호입원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이처럼 범행을 막을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국가의 책임을 지목한다. 위험상태에 다다른 정신질환자를 경찰이 사전에 파악하고, 또 가족들이 보호입원을 시도했을 때 입원을 허용하는 등 관련 위기대응체계가 촘촘하게 구축돼 있었더라면 여러 사람이 사망하고 다친 흉악 범죄는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만일 더 앞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피의자의 정신질환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꾸준히 받게 했다면 어땠을까. 피의자 안인득은 흉악범죄자라는 오명이 아닌 보다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삶을 누렸을지 모른다. 치료받지 않은 정신질환은 주변사람은 물론 본인에도 큰 고통을 준다.   

정신장애인들은 범죄자 취급에 이어 살인자 취급을 하는 세간의 시선이 고통스럽다며, 정신질환을 범죄와 연관 짓지 말아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 달리 정신질환 범죄에 대한 사회적 공포는 확산되고 있다.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은 치료와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2위를 다툴 정도로 정신건강이 취약한 데도 정신과 치료율은 최저 수준이다. 조현병의 경우도 국내 인구의 1%인 50만 명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실제 치료를 받는 환자는 10만 명 정도에 그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지만 치료없이 방치된 환자들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의미다. 우리 주변에 치료받지 않고 방치된 정신질환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떨까. 이미 누군가 고통스러운 경고등을 울리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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