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걸캅스' 데뷔 6년차 이성경의 고민과 욕심

'걸캅스' 데뷔 6년차 이성경의 고민과 욕심

기사승인 2019-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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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성경이 ‘걸캅스’(감독 정다원)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유쾌함이다. “진지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생각 없이 웃고 싶어서 보는 경우도 많거든요. 최근에야 겨우 다시 코믹한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한동안 그런 영화를 많이 못 봤어요. 만약 제가 ‘걸캅스’를 찍지 않았다면, 아마 제가 바로 ‘걸캅스’같은 영화를 반길만한 부류의 관객이지 않았을까요.” ‘걸캅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소격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성경의 말이다. 

‘걸캅스’는 전형적인 형사 버디물을 표방한다. 소재는 무겁지만 범죄 소탕의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영화. 이성경은 ‘걸캅스’ 시나리오를 보고 즉시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인 지혜(이성경)와 미영(라미란)이 범죄를 인식하고 소탕에 이르기까지의 일련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리면서도, 다루는 메시지가 경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미란 선배도 항상 함께 작업하고 싶은, 존경하는 분이었어요. 저에겐 감사한 제안이었죠.”

“여성 투톱 영화가 아무래도 흔하지 않다 보니 의지가 많이 됐어요. ‘걸캅스’를 찍을 때쯤 제가 개인적으로 연기 침체기에 빠져 있었는데, 제가 고민할 때마다 와서 웃게도 해 주시고 힘을 많이 주셨죠. 저는 후배로서 부족한 점이 정말 많았을 텐데 말이에요. 나중에는 제가 라미란 선배님의 좋은 파트너가 맞는지까지 고민했어요. 하지만 걱정을 많이 했는데도 털털하고 친구처럼 챙겨주셔서 나중에는 긴장도 풀리고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쿠키인터뷰] '걸캅스' 데뷔 6년차 이성경의 고민과 욕심‘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수많은 잡음이 생겼다. 작품이 담고 있는 여성주의적인 메시지에 관해 반감을 표방한 관객도 있고, 하필이면 ‘버닝썬’ 등 영화 속에서 다루는 사건과 비슷한 실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영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여러 가지 화제가 됐다. 여성주의에 관해 개개인이 갖는 시각은 모두 다른 데다가 영화의 홍보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 이성경이 이렇다 할 입장을 이야기하기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걸캅스’는 분명 상업영화시장에서 의미있는 한 보를 내딛은 작품이다. 여배우들의 주연만으로 이뤄진 영화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배제하고 상업적으로 계획되고 투자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저희가 여성 주연 영화의 시작점은 아니지만, 변해가는 추세의 지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영화시장에서 장르들도 유행을 타는 것처럼, 투자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걸캅스’가 좋은 영향을 끼치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어요. 요즘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가 작품의 흥행에서 가지는 무게가 크다는 걸 실감하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제 부족함도 많이 깨닫고 욕심도 점점 생겨요. 내가 잘 돼야지, 하는 욕심이 아니라 더 좋은 연기를 담아내서 관객들에게 영화가 말하는 것을 더 잘 전달하고 싶다는 욕심요. ‘걸캅스’가 말하는 메시지도 잘 전달되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해요.”

이제 데뷔 6년차. 배우로서 고민도 많고 욕심도 많은 시기다. 이성경이라는 개인으로서도 앞으로의 행보가 고민되고, 더욱 신중해질수밖에 없다. 앞이 보이지 않는 데다가 하고 싶다고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걸캅스’를 찍을 때 스스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 건지, 배우로서 잘하고 싶지만 선배들에게 후배로서도 잘 하고 싶고, 파트너로서도 잘 하고 싶고,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거든요. 제 부족함이 자꾸 느껴지기만 했어요. 답을 찾고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답이 안 나왔죠. 현장에서도 그래서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했어요. 그 때 저를 도와주신 게 라미란 선배님과 감독님이에요. 제가 불안해도 좋다고 하시고, 가지고 계신 그림이 확실하니 믿음직스러웠죠. 제가 불안할 때는 주변인들을 믿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예요.”

“남들이 연기한 좋은 작품을 볼 때 힘을 내게 돼요. 꼭 회자되는 명작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 작품 속에서 누군가의 눈빛, 호흡, 연기, 감정, 연출, 스토리까지…. 좋은 요소들을 볼 때마다 저도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나요. 좋은 것을 볼 수록 저도 좋은 걸 하고 싶고, 관객으로서는 내가 어떤 걸 보고 싶은지, 뭘 잘해야 그런 작품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죠. 요즘은 공부를 정말 많이 하는데, 공부할수록 연기는 어려워요. 처음에는 멋모르고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요.”

‘걸캅스’는  9일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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