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최수영 "버닝썬 사건? 건강하게 시간 보내는 방법 고민해보지 싶었다"②

최수영 "버닝썬 사건? 건강하게 시간 보내는 방법 고민해보지 싶었다"

기사승인 2019-05-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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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최수영

(①에 이어)배우 최수영에게 소녀시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10년을 소녀시대로 활동해왔고, 가요계에 정점으로 군림하게 만들어줬다. 최수영이 연기자로서 존재감을 발휘한지는 몇년 되지 않았다. 이제야 겨우 대중들이 최수영에 대해 ‘연기도 하는구나’라고 인식하게 된 참이다. 수영에게 소녀시대는 어떤 존재일까. 연기를 할 때는 소녀시대라는 이미지가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까. 

“저는 소녀시대와 저를 구분지어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최수영에게 소녀시대로서의 모습도 있고 배우로서의 모습도 있구나 하고 봐주셨으면 하죠. 사실 제가 연기하면서 느낀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암묵적으로 ‘이런 역할은 가수 출신이 안 했으면 좋겠다’ 혹은 ‘아이돌 출신은 깊은 역할을 할 수 없다’같은 생각이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제가 아이돌 출신이 아니진 않잖아요. 전 소녀시대로 시작했고, 연기자로 모든 걸 시작했던 분들과 동등하게 놓일 순 없어요. 제가 지금부터는 가수로서의 모습을 아예 안 보여드리고 연기에만 매진한다고 해서, 소녀시대의 색이 빠질까요? 아니라고 생각해요. 모두들 제가 소녀시대인 것을 알고 계시잖아요. 그저 최선을 다해서 제 몫을 다한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확고하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똑부러지는 모습이지만, 그런 최수영에게도 딜레마는 있다. 가수와 배우가 활동에서 가지는 스펙트럼이 다르고, 결정해야 할 것들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가수의 경우 활동에 관한 디렉팅에는 일반적으로 가수 자신의 결정에 전적으로 모든 것이 달려있지는 않는다. 색깔을 결정하고, 콘셉트를 결정하고 안무와 노래를 결정하는 데에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들어간다. 하지만 연기는 조금 다르다. 소속사나 주변인들의 입김 혹은 제안일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결정과 부담, 책임은 오롯이 배우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다. 수영 또한 한때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다.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멀리까지 생각하고, 너무 깊게 보려고 하다 보면 선택이 정말 힘들어요. 제가 선택한 역할 하나로 파생될 결과들을 하나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한도 끝도 없거든요. 작품을 선택하면서 ‘수영은 저런 거 안 어울리는데 왜 저 작품을 선택했지?’ 하는 의견들을 많이 들어서, ‘그렇다면 나는 사람들이 익숙한 이미지부터 보여줘야 하나?’하는 갈등도 많았고요. 제가 주연한 작품에 관해서는 ‘수영은 주연감이 아니다’심지어 ‘주제넘다’고 의견을 피력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데 그런 의견들을 제가 일일이 생각하다 보니 정작 집중해야 할 것을 놓치게 되더라고요. 고민스러운 기간에 제가 하게 됐던 작품이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에요. 해외 로케로 찍은 영화다보니 한국을 떠나서 조용히 생각할 만한 시간이 많았어요. 그 이후에 제게 온 시나리오가 ‘걸캅스’예요. 그런 딜레마와 고민의 시간이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죠.”

하필 ‘걸캅스’ 개봉 직전 터진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영화가 다루는 사건과 너무나 디테일이 비슷하기에 영화 제작진들도 놀랐을 정도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화제가 됐지만 수영의 마음은 불편하고, 영화와 실제는 개별적으로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이유는 분명하다. 피해자가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호재 아니냐고 말씀하는 분들도 계세요. 하지만 실제 사건에는 피해자가 존재하잖아요. 거기에 관해서 저희가 호재다, 아니다 말할 수는 없어요. 분명히 피해자가 존재하는데 저희를 결부짓는 것이 오히려 저는 조심스러워요. 시기가 우연히 겹쳤을 뿐, ‘걸캅스’는 이미 만연한 사건을 짜집기한 이야기예요. 그저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신 후, 성범죄가 정말 만연해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때는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의 사건이기에 수영은 더욱 안타깝다. 누군가는 연예인들에 관해 윤리의식이 낮고 다 그렇다는 식으로 싸잡기도 한다. 하지만 수영은 “많은 분들이 일반화를 시키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녀에게 안타까운 것은, 그 누군가가 힘든 일을 건강하게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연예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힘든 일이나 지치는 일이 있을 때, 건강하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하고 한번쯤 고민해봤으면 좋겠어요. 내 시간을 건강하고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분명 존재할 것 같거든요. ‘한번쯤은 고민해보지’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렇다고 제가 무슨 소신이 대단한 사람이거나, 시간을 보내는 대단한 방법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는 직업이기도 하고, 나를 남들이 어떻게 보는가에 관해 항상 예민하게 곤두서 있잖아요. 그래서 그럴까요. 저를 좋은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조차 가끔은 두려워요. 모든 것에 거리를 두고 살고 싶죠. 저 개인을 해소하는 방법은…. 너무 염두해 둔 정답 같기는 하지만, 팬들이 준 손편지를 읽어요. 거기 적혀있는 저에 대한 사랑이나 애정을 보면, ‘아, 이런 사람 한 명만 있어도 내가 앞으로 계속 자신감있게 일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10년차잖아요. 팬들과 너무 많은 시간을 겪어오다 보니 애틋한 게 커요. 그래서 더 팬레터가 큰 도움이 되죠.”

데뷔 10년차, 또다른 10년 후에 수영은 어떤 사람이 되어있길 바랄까. “10년 전에 같은 질문 받은 기억이 나요. 하하. 시대가 정말 많이 변했어요. 데뷔 초의 저는 30대 초면 결혼도 하고 애도 낳았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30대가 돼 보니 여전히 이 일과 싸우고 있네요. 40대의 제가 어떨진 모르겠지만, 알맹이가 실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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