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앤씨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단계”

앤씨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단계”

기사승인 2019-05-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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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앤씨아는 그룹 유니티로 활동하면서 ‘임소음’이란 별명을 얻었다. 본명 ‘임소은’을 살짝 바꿔 만든 별명이다. 가창력이 생명인 가수에게 ‘소음’이라니. 최근 서울 월드컵북로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임소은은 “멤버들과 워낙 수다를 많이 떨어서 생긴 별명”이라면서 웃었다. 낯가림이 심하던 10대 시절엔 상상도 못했던 모습니다.

1996년생, 아직 어린 나이이지만 앤씨아는 데뷔 7년차 중견 가수다. 연습생 기간까지 포함하면 소속사 제이플래닛엔터테인먼트에선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연차가 높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3년 싱글 ‘교생쌤’으로 데뷔한 그는 ‘통금시간’, ‘바닐라 쉐이크’, ‘다음 역’ 등의 노래로 활동해왔다. 댄스곡과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 덕에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10일 발매한 두 번째 미니음반 ‘섬-(some-)’은 그의 손길이 곳곳에 묻어난 작품이다. 앤씨아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작곡가 프라임보이와 머리를 맞대며 여러 곡을 쓰고 불렀다. 음반에 자신의 자작곡을 싣지는 못했지만, 앤씨아는 표지 디자인부터 뮤직비디오 콘셉트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자신의 의견을 냈다. 타이틀곡 ‘밤바람’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그룹 SF9의 멤버 로운과 유니티 출신 수지를 섭외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밤바람’과의 인연은 특별하다. 이 노래의 원래 주인은 앤씨아가 아니었다. ‘밤바람’을 쓴 프라임보이는 앤씨아에게 가이드 녹음을 부탁했다가, 그의 목소리가 노래와 잘 어울린다며 ‘네가 불러라’ 했다. 내심 이 노래를 욕심내고 있던 앤씨아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노래와 처음과 끝에 귀뚜라미 소리가 나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멜로디 자체도 시원하고 편안한데다 가사도 무척 예뻤어요. 며칠 전에 회사에 갔다가 머리가 아파서 밖에 나왔는데, 그때가 새벽이었거든요. 몸은 따뜻한데 바람은 시원해서, ‘밤바람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생각했어요.” 

앤씨아는 이번 음반에 밴드 롤러코스터의 ‘습관’을 리메이크해 실었다. 원곡을 부른 가수 조원선에게 응원도 받았다. 앤씨아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느낌”이라고 했다. 소속사 직원들 가운데는 앤씨아가 힘 있는 발라드곡을 리메이크하길 바랐던 이도 있었다. 평소 멜로디가 화려하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노래를 자주 불러온 탓이다. 앤씨아는 “팬들이 ‘다음 역’은 ‘고음역’으로, ‘통금시간’은 (따라 부르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통곡시간’이라고 부른다”며 웃었다.

[쿠키인터뷰] 앤씨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단계”이런 그에게도 부르기 어려운 노래는 있다. 지난 1월 KBS2 ‘불후의 명곡’에서 부른 이광조의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 그랬다. 앤씨아는 장기간 보컬 수업을 들으면서 무대를 준비했지만, 이광조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따라잡기가 영 힘들었다. 그는 당시 보컬 선생님에게 ‘정신 개조’를 당했다고 한다. ‘남의 것을 따라하려 하지 말고 네 것을 해라’는 조언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는 의미에서다.

도전은 앤씨아를 성장하게 만든다. 앤씨아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기 앞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 더 유닛’에 도전장을 내 유니티 멤버로 발탁됐다. 낯가림 심하던 성격이 달라진 것도 이 때다. 앤씨아는 “프로그램 특성상 매회 호흡을 맞추는 멤버들이 바뀌었다. 낯을 가리고 있다가는 밥그릇도 못 챙길 것 같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 유닛’ 전에는 JTBC ‘힙합의 민족2’에도 출연했다. 랩 실력이 뛰어난 배우 모델 개그맨들 사이에서 ‘가수로서의 자존심을 구길 수 없다’며 이를 악물다보니, 결승 무대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예전엔 도전을 즐기는 편이 아니었어요. 제가 못할 것 같은 일엔 도전하지 않았죠. ‘더유닛’이나 ‘힙합의 민족2’ 모두, 출연하기 전까지 고민이 컸어요. 하지만 내가 나가지 않은 프로그램을 훗날 TV로만 보고 있을 상상을 하니, 후회가 될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이젠 흥미가 생기면 부딪혀보게 돼요.” 

부딪히고 뚫고 나아가면서 앤씨아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다. ‘악플보단 무플이 낫다’고 생각하던 데뷔 초와는 생각이 180° 달라졌다. 호의적인 댓글이 아니어도 ‘이런 반응도 관심의 일종’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게 됐다. 그는 “팬들의 반응이 새롭게 나타날 때, 그리고 내 SNS 사진으로 기사가 날 때 가장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그동안 냈던 노래와 음반은 대부분 콘셉추얼했어요. 하지만 이번 음반에선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려고 했죠. ‘저 어른스러워졌어요’라고 강조하는 대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전에는 임소은과 앤씨아의 비율이 2대 8 정도로 섞여 있었는데, 이젠 저를 보여줄 수 있는 단계에 온 것 같아요.”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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