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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에 4시간씩 줄 서는 '트래픽 사냥꾼'들… "대기시간이 곧 수입"

블루보틀에 4시간씩 줄 서는 '트래픽 사냥꾼'들… "대기시간이 곧 수입"

이은지 기자입력 : 2019.05.14 07:00:00 | 수정 : 2019.05.13 22:38:52

미국의 커피 프랜차이즈인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지난 3일 정식 영업을 시작했다. 서울 성수동에 개점한 블루보틀은 개점한 지 열흘이 넘은 지금도 평균 대기 고객이 100여명이다. 개점일이었던 3일 매출은 6000만원.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편안한 자리도 없지만 ‘블루보틀’에 모인 인파는 엄청났다. 첫날 대기 시간만 4시간. 고객들의 대부분은 블루보틀 체험에 의의를 두었지만, 의외의 고객층도 꽤 있었다. 바로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이다. 

개점일인 3일과 주말이었던 4~5일, 그리고 11일과 12일. 블루보틀 매장과 근방에서는 유난히 휴대전화와 촬영기기를 든 이들이 눈에 띄었다. 블루보틀 매장 분위기와 커피 등을 리뷰하는 유튜버와 블로그 리뷰어, 그리고 SNS에서 몇천명에서 몇십만명까지 다양한 수의 팔로워(follower)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었다.

이들은 커피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커피를 즐기는 주변의 분위기, 자신의 감상을 동영상을 통해 음성으로 피력했다. 부동산을 다루는 유튜버는 블루보틀 간판 앞에서 변동된 근방 부동산 시세를 분석했고, 자신의 일상을 다룬 ‘브이로그’를 주로 올리는 유튜버는 개점시간에 찾아가 첫 번째 고객에게 “몇 시에 오셨냐”고 물었다. 블루보틀 빌딩을 배경으로 자신의 착장을 리뷰하는 스타일리스트 인플루언서부터, 쇼핑몰 착장 사진을 찍는 무리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이들 대부분의 목표는 놀랍게도 다른 고객들과 달리 블루보틀의 커피가 아니다. 그들의 목표는 ‘블루보틀’, 혹은 ‘블루보틀’ 해시태그 그 자체다. 블루보틀 체험기를 빌미로 트래픽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들은 온라인 트렌드로 자리잡힌 블루보틀 1호점의 개점 소식에 얹혀, ‘블루보틀’을 검색하는 사람들에게 정보 제공을 빌미로 다양한 바이럴마케팅을 시도한다. 일례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트위치 등 플랫폼을 통해 ‘블루보틀’을 검색하면 블루보틀의 커피 맛뿐만 아니라 대기 시간, 근처의 분위기, 인원, 메뉴, 직원 인터뷰까지 다양한 결과가 제공된다. 


이들은 실로 자연스럽게 ‘블루보틀’이라는 단어에 블루보틀에서 사용되는 기계에 대한 종류나 가격 정보, 근처의 데이트할만한 가게 정보들을 연결해내고 있었다. 심지어 한 뷰티 유튜버는 “블루보틀 가기 전에 할 만한 메이크업”이라며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메이크업 시연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의 중간에는 블루보틀 매장 곳곳의 모습을 리뷰하며, 어울릴만한 착장과 함께 그날 식사한 식당까지 담아냈다. 물론 식당은 블루보틀과 전혀 상관없는 곳이지만, ‘블루보틀’ 동영상에 함께 담겼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바이럴마케팅과 트래픽 확보는 어떤 의미이기에 4시간씩 기다려가며 블루보틀 키워드를 끼워넣을까. ‘블루보틀’을 유튜브에 검색했을 때 광고를 제외하고 가장 처음 뜨는 동영상은 음식 리뷰어인 ‘맛상무’의 ‘평일에 50미터 줄 서는 블루보틀 가 봤습니다’다. 조회수는 16만회. 그 다음은 ‘3시간 기다려서 맛본 136만원짜리 커피 맛은? 오프라이드오가나(bluebottle coffee korea)’다. 조회수 30만회. 동영상 두어 개만 합쳐도 일간지 언론사들의 일일 평균 온라인 트래픽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유튜브의 광고 수익 메커니즘은 자세히 알려진 바 없으나, 꽤 괜찮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만한 수치인 것이다.

이쯤 되면 몇 시간씩 기다려 커피를 마시고, 그만큼 공들여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이해될 듯도 하다. 트렌드에 맞는 키워드를 찾아 관련 동영상을 찍고, 자연스럽게 다른 콘텐츠로 유도해 추가 트래픽을 확보한 후, 광고 수입을 올리는 것이 이들의 이유이자 원리다. 앞에서 열거한 동영상들처럼 100여만원을 들여 블루보틀의 커피를 구매했다 한들, 그보다 큰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나스미디어가 조사해 발표한 국내 PC·모바일 인터넷 이용자의 주요 서비스 이용 행태 및 광고 수용 행태를 분석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NPR)’결과와도 맞물린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은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검색 채널로 네이버(92.4%)를 꼽았으나 조사 대상자 2000여명 중 60%는 유튜브에서 정보를 검색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10대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약 7명이 유튜브를 검색 채널로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를 집행한 나스미디어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튜브를 검색 채널로 활용하는 행태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거라 전망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95.3%를 기록했는데, 조사 대상자들은 모바일 동영상을 하루 평균 75분 동안 시청한다고 답했다. 전체 모바일 인터넷 이용 시간(166.5분)의 45.4%, 절반에 달하는 시간을 동영상 소비에 쓴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그 수많은 트래픽이 어디에서 오는지 출처도 확실해진다. 누구나 유튜버를 꿈꾸는 시대라는 말이 이해될 듯 말 듯 하다.

물론 인플루언서의 삶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트렌드 키워드를 포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연관성 있고 이용자가 궁금해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느냐도 ‘뷰’(View) 수의 핵심이다. 예를 들면 블루보틀에 실제로 가지 않고, 유튜버가 단순히 성수 1호점에 갈 만한 가치를 앉아서 논한 동영상의 경우 약 1000여회의 조회수만을 기록했다. 인기 키워드인 블루보틀을 동영상 제목에 부착했다 해도 이용자에게 쓸모없는 정보로 분류된다면 트래픽 확보에 실패하는 것이다.

유튜브의 검색 정책 기조 또한 쓸모없는 정보가 난립하는 것을 막는 데에 쏠려 있다. 트렌드에 따라 실시간 검색어가 생기고, 검색어 순위에 따라 점점 단발적이고 소모적인 정보가 난무하는 포털사이트와 달리 유튜브는 실시간 트렌드를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이용자들의 관심사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에 따라 동영상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유튜브 홍보를 맡은 케이피알 윤가람 대리는 "유튜브는 사용자들의 시청 기록과 검색기록, 좋아요 표시한 동영상과 재생목록 등을 활용해 동영상을 추천하고 있다”며 "인기 탭에 게시되는 '인기 급상승 동영상'은 약 15분마다 계속 업데이트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플랫폼이든 모두 영상 위주의 콘텐츠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며,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검색은 점점 까다로워지며, 사용자들의 정보 선별 능력도 점점 높아진다. 수면 위로 올라온 ‘트래픽 전쟁’도 갈수록 치열해진다는 뜻이다. 블루보틀 다음은 어떤 키워드가 트래픽 전쟁의 중심으로 떠오를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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