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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길 잃은 최저임금…놓치지 말아야 할 것

길 잃은 최저임금…놓치지 말아야 할 것

조현우 기자입력 : 2019.05.15 05:00:00 | 수정 : 2019.05.14 18:56:40

최저임금이 미무(迷霧)에 빠졌다. 정·재계의 지속적인 최저임금 인상폭 조정 요구와 연이은 경제지표 하락에 정부는 최저임금 심의 결정체계 이원화에 나섰지만, 결국은 이를 보류했다. 말은 보류지만 사실상 포기다.

정부는 이원화 보류를 밝히면서 동시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최저임금 결정에 합리성과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최저임금위원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해와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 특별한 무언가가 도출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워 ‘2020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추진했지만 파생된 경제적·사회적 문제에 부딪쳤다. 전반적인 부작용에 대한 고찰과 반성, 시스템 재정립 요구에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5년간 60.3%로 OECD 국가 평균 인상률인 32.7% 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이에 따른 기업의 경영비용과 소상공인 부담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돼왔다. 경제성장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제조업 고용은 지난해 4월 이후 12개월 연속으로 고꾸라졌고, 주축인 3040 세대 고용은 18개월째 마이너스다. ‘허리’가 무너지는 그림이다.

문 대통령 역시 책임을 통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진행된 취임 2주년 대담에서 ‘2020년 1만원 공약’에 얽매이기 보다는 사회와 경제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지 적정선을 찾아 결정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다. 

본래 정부는 최임위를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를 통해 상·하한 폭을 정하고, 이와는 별개로 기존의 노·사·정 위원이 포함된 ‘결정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최임위 이원화를 고려해왔다. 

이유는 있다. 실업규모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각 부처별 인건비와 민간위탁비 등 예산안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최저임금이 선결돼야한다. 예산안 편성이 8월 말로 다가온 만큼, 더 이상 최저임금 결정을 미룰 수는 없다. 이의신청 기간 등을 생각한다면 늦어도 7월 말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한다. 결정체제 개편도 중요하지만 국가운영이라는 큰 틀을 흔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충분한 시간이 없던 것도 사실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으로 국회는 파행을 거듭했고, 엎친데 덮친 겪으로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이 전원 사퇴하기도 했다. 개편 강행이냐, 현실적인 문제해결이냐의 양자택일에서 정부는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정부는 결단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수 있는, 그리고 충분히 예상돼온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해야 한다. 

그나마 숨통이 트인 것은, 문 대통령의 공약 철회 선언이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고용 영향 실태조사 등 를 최저임금 심의에 반영해 ‘속도 조절’을 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됐다. 

반발도 있다. 노동계는 이러한 정부 기조 변화에 즉각적인 반발을 나타내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노·사·정 위원으로 구성되는 만큼, 지리한 줄다리기로 인한 파행도 그려진다. 

현실의 땅을 딛고 섰지만 여전히 안개는 자욱하다. 미무에 속아 길을 잃지 않으려면, 정확한 목표와 이를 가늠하는 밝은 눈이 필요하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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