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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스승의 날] 이기승 교사 "졸업생 문자, 자식같이 키운 보람 흐뭇"

전주 W학원 여고 학생부장…"뭘 들고 은사 찾아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가슴 아파"

소인섭 기자입력 : 2019.05.15 17:16:58 | 수정 : 2019.05.17 17:14:08

스승의날 학생부실에서 만난 이기승 학생부장 교사는 졸업생들의 문자 한통, 전화 한통이 다 보람이라고 했다.

일생의 아주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며
아이의 생을 한 단계씩 위로 밀어 올리는 사람이다
그대 자신이 교육과정이다
그대의 언어, 그대의 행동, 그대의 가르침이
움직이는 교육과정인 것이다
그대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무릎을 꿇으면
이 나라의 교육과정과 교육의 근본이 무릎을 꿇는 것이다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무릎 꿇지 마라, 교사여'의 한 대목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38회 스승의 날 기념식에서 이를 인용했다. 유 장관은 “앞으로 선생님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지난해 ‘스승의 날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어 올해 에도 ‘스승의 날을 교육의 날로’ 하자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러나 아직은 스승의 날이다.

이날 쿠키뉴스는 특별한 스승의 날을 보내고 있는 교사를 만났다. 학교법인 W학원 W여자고등학교 이기승 학생부장 교사다. 전주지방검찰청은 최근 W학원 설립자와 재단 사무국장에 대해 3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W학원 교감은 얼마 전 극단적 선택을 해 학교는 그야말로 웃음이 사라졌다.

이기승 학생부장 교사는 “아무런 행사도 하지 않았다, 학급에서 조차도.”라고 말했다. 칠판에는 그 흔한 ‘선생님 은혜 감사합니다’란 인사도 없었다. 오히려 그게 편하다. 교사들로서는. 특히 지금 이 학교 교사에게는 특별한 관심도 사치일지 모른다.

이 교사는 “차라리 홀가분하다.” 오늘이 스승의 날이라는 이야기를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말은 허허롭기만 하다.
전북교육청은 도내 초·중·교교 766곳 가운데 19.7%인 151개 학교가 이날 휴업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대해 이 교사는 “왜 학교가 쉬어버리겠어요. 아예 (문제의)씨앗을 없애버리자는 것 아니겠어요.”
그래도 이 교사는 이날, 자신의 날을 위해 전날 오후 머리를 손질했다. 머리로 잊혀져가는 스승의 날을 가슴으로는 기억하고 있는 것일 게 틀림없다.

이기승 교사는 사기가 떨어진 교단을 아쉬워 했다.

기억에 남는 스승의 날 풍경을 물었다. “교탁에 자신이 받은 선물을 누가 더 높이 쌓는지를 경쟁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제자들이 꽃을 달아 주고, 편지를 써 수줍은 애정을 보이던 것은 아주 옛일이 돼 버렸을 것이다. “졸업생들이 이날을 잊지 않고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온다”고 말했다. 이럴 땐 자식같이 잘 키운 보람에 흐뭇해진단다. 그래도 졸업생이 학교에 찾아오면서 뭘 들고 가야할지를 고민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선생님은 늘 제자의 언저리에만 있어도 되는 존재여서 그런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며 교대에 들어간 딸이 전날 아빠에게 물었다. “내일 무엇을 사서 찾아뵐까요”라고. 아버지는 앞서 “문자라도 드려야지”라고 했었다. 그래도 전화 보다는 직접 찾아뵙겠다는 딸이 지금 생각하면 대견하기만 할 것이다.
이 학교에는 친화회가 구성돼 있다. 예년 같으면 식당 한 켠에 저녁자리를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때는 특히 신입교사가 있어서 축하무대와 자축연이 자연스러웠을 것이나 이날 오후가 되도록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이기승 교사는 최근 겪은 일들에도 교사들이 대단하지 않느냐고 했다. “체험학습에 포스터 그리기, 이런 저런 행사 준비하기, 일에 파묻히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선생님들 스스로 치유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풍파 가운데 있는 교사는 학생들보다 더 피해자다. 적어도 이날만큼은 말이다.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학생을 대상으로 심리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8개 학급, 학생 모두를 전문강사 9명이 접촉했다. 유명을 달리한 교감을 떠나보내 드리기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잊어 가는 것 같지만 정작 교사들은 동료와의 이별에 힘들어 한다. 특별히 가까운 교사의 아픔은 이루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체육대회가 있던 당일 오전 교감은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교사들은 학교에 와서 아이들과 부딪히면서 잊으려고 노력중이다”고 전했다.

어떤 이유일까. 경력이 오랜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려 한다고 했다. 교육부장관은 '무릎꿇지 말라'고 해도 교단의 교사는 무릎이 꺾이는 모양이다.

전주=소인섭 기자 isso2002@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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