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무서워서" 계부의 딸 살해 위해 수면제 처방받은 친모

"남편이 무서워서" 계부의 딸 살해 위해 수면제 처방받은 친모

기사승인 2019-05-16 18: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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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붓아버지에게 살해돼 저수지에 유기된 여중생 A(13)양의 친모가 살해를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

16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A양의 친모 유모(39)씨는 이날 오후 3시쯤 광주지방법원에서 재혼한 남편 김모(31)씨를 도와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유모씨의 영장실질심사는 두번째로, 지난 2일 1차 심사에서 광주지방법원은 유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수집된 증거로는 유씨가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소명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3일 검찰에 사전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해 유씨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받았다. 유씨가 A양의 살해를 거든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유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25일 전남 순천에 위치한 한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우울증과 수면제 약을 처방받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양의 시신에서는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 

당시 유씨는 병원 대기실에서 두살 아들이 칭얼거린다는 이유로 사전 질문지 작성 없이 의사에게 수면제 등에 대한 처방만 받아 약국에서 약을 샀다. 이 모습은 병원 CC(폐쇄회로)TV에 모두 찍혔다. 이후 유씨는 지난달 27일 전남 목포시 버스터미널 인근 도심에서 A양에게 공중전화로 연락했다. A양은 부부의 승용차에 탔고, 유씨 부부는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A양에게 먹였다. 이날 오후 6시30분쯤 두 사람은 A양을 목졸라 살해하고 이튿날인 28일 오전 5시30분쯤 A양의 시신을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 시신을 버렸다.

당초 김씨는 수사에서 수면제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김씨는 A양을 목졸라 살해했기 때문에 수면제는 범행과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A양의 시신 유기를 돕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수지에서 A양의 시신이 떠오르자, 물속에 시신을 가라앉히기 위해 유씨가 광주에서 그물을 산 것.

계부인 김씨는 현재 구속중이며, 조사에서 "아내가 살인 계획부터 시신 유기까지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A양을 살해한 이유에 관해서는 "의붓딸이 나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복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남편이 무서워서 시키는 대로 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 중이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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