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김종규 죽이기’ LG, 과정도 결말도 최악

[옐로카드] ‘김종규 죽이기’ LG, 과정도 결말도 최악

기사승인 2019-05-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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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김종규 죽이기’ LG, 과정도 결말도 최악

선수 죽이기에 불과했다. 과정도 결말도 아름답지 못했던 LG의 행보다.

우선협상 마한시간 하루를 앞둔 지난 14일 LG와 김종규의 협상이 결렬됐다. 그러자 LG는 김종규가 타 구단과 사전 접촉을 한 정황이 있다며 KBL에 조사를 부탁했다.

KBL은 16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LG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심의했다. 재정위는 LG가 사전 접촉 증거로 제출한 녹취를 불인정, 김종규의 FA 자격을 공시했다.

개운치 않은 이별이다. 김종규가 LG를 떠날 수도 있다는 소문은 파다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인 그가 이런 식으로 팀과 이별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손종오 LG 사무국장은 재정위원회 심의를 신청하면서, 이는 KBL FA제도의 올바른 규정 변화를 위해서일 뿐 김종규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러 정황들로 따져볼 때 이는 LG의 계획적인 ‘김종규 죽이기’였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협상이 결렬된 뒤 LG가 마감 직전 협상 결렬서에 적어낸 12억 원이 그것이다.

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LG는 당초 12억 원보다 낮은 금액을 김종규에게 제시했다. 하지만 김종규가 이를 거부하자 마감 직전 협상결렬서에 12억 원을 적어 내 KBL에 제출했다. 당시 심적으로 지쳤던 김종규가 여기에 사인을 한 것이 실수였다. 

현재 KBL 구단의 한 시즌 샐러리캡은 25억원이다. 김종규가 이번 시장에서 받게 되는 12억원을 제출하게 되면 구단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선수들의 연봉 조정도 불가피해진다. 이에 부담을 느낀 구단들이 영입 시장에서 발을 뺐다면 김종규로선 원소속팀인 LG와 다시 계약을 진행해야 될 선택지 밖에 남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엔 1년 가까이 선수 생활을 할 수 없었다. DB와 KCC가 17일 영입의향서를 제출해 우려는 덜었다. 

이례적으로 재정위에 심의를 부탁한 부분 역시 김종규의 선수 생활을 위협할 수 있었다. LG는 김종규 몰래 통화를 녹취했고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이것이 받아들여졌다면 김종규는 자격정지 2년의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LG로선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치지 않고 싶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타 구단의 사전접촉이 의심되자 김종규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처였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무릎이, 허리가 아파도 뛰었던 김종규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예우가 부족했다.

이번 일로 LG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아 보인다.

당장 현 감독의 리더쉽 실추가 우려스럽다. 

LG가 제출한 녹취는 현 감독의 손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종규는 14일 외국인 선수 영입을 위해 해외에 나가있는 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한 감정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 감독은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은 뒤 구단 직원과 함께 이를 녹음했다. 감독이기에 앞서 농구계의 대선배가 벌인 일이라 믿기 힘들 정도다. 

이로 인한 LG 선수단의 동요가 우려스럽다. 선수단이 제자이자 후배를 저버린 현 감독을 이전처럼 믿고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다. LG를 향한 타 구단 선수들의 시선도 부정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김종규에게도, LG에게도 앙금과 상처만 남은 FA 시장이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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