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무주택 강요받았는데… “비정상 계약 바꿀 순 없나”

기사승인 2019-05-20 09:09:02
- + 인쇄

10년 무주택 강요받았는데… “비정상 계약 바꿀 순 없나”판교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을 앞두고 각종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가장 큰 화두는 분양전환 가격 산정방식이다. 정부 말대로 시세에 따라 분양가가 결정되면 입주자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부 입주자들은 일반분양 조건이 적용된 채 10년 동안 ‘무주택자로 살 것’을 강요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전국 LH 중소형 10년 공공임대아파트 연합회는 이달 중순 세종시 국토교통부 청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10년 공공임대 분양전환가 산정 기준 개선을 촉구했다. 집회는 벌써 11차 째다. 분양전환이 가장 먼저 이뤄지는 곳은 판교다. 지난 2009년 판교 10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5644명의 입주자들은 오는 8월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LH 또는 민간건설사가 정부의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공택지에 건설한 주택으로 10년간 월 임대료를 내고 거주한 뒤 분양하는 제도다. 분양전환 가격은 분양키로 결정한 날을 기준으로 2인의 감정평가업자가 평가한 당해 주택의 감정평가금액의 산술평균금액으로 선정한다. 문제는 2006년 분양당시 분양가 시세가 전용면적 84㎡ 기준 아파트가 3억9000만원대에서 약 10억원으로 2~3배가량 오른 것.

국토교통부와 LH는 판교 지역 시세가 10년 새 너무 많이 뛰었다며 최근 시세에 맞춘 감정평가금액에 기초해 책정하겠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의 취지는 10년 동안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면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자금 확보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지 주택 소유권을 입주자한테 귀속시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판교만 선택적으로 분양가 기준을 바꿀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입주민들은 조성원가와 감정평가액 평균으로 분양전환 가격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국토부는 2006년도에 공공택지 내 모든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를 확대 시행중이라며, 2015년에는 민간택지에까지 상한제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논란은 분양전환가격만이 아니다. 일부 입주자들은 일반분양 조건이 적용된 채 임대기간 10년 동안 ‘무주택자로 살 것’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0년 공공임대의 경우 당첨과 함께 청약통장이 소멸된다. 또 5년간 재당첨이 금지되며 우선 분양권을 얻기 위해서는 임대기간인 10년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해야 한다. 일반분양과 임대주택 양쪽에 적용되는 제한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셈이다.

김동령 연합회장은 “아파트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선 10년 이상 청약통장에 가입돼 있어야 한다”며 “통장이 소멸된 입주민들은 이제 아파트 분양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11단지 입주자 대표도 “이곳엔 힘들게 사는 취약계층이 많다. 쫓겨나면 갈 곳을 잃게 된다”며 “빈말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는 말도 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투기꾼이라는 주변 손가락질에 상처받고 있다. 한 입주자는 “단지 옆에서 개발이 이뤄져 득을 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집값이 뛸 줄 알고 들어온 건 아닌데 투기꾼이라 매도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LH 말처럼 ‘당초 그렇게 계약했으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비정상적인 계약이었다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서민들을 위한 길이지 않나”고 요구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