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제윤경 “평범한 삶,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정치하겠다”

제윤경 “평범한 삶,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정치하겠다”

기사승인 2019-05-2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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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핵심 기조는 ‘포용적 금융’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를 포용하는 금융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사회적 금융전문가로 알려진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포용적 금융이 아니라 약탈적 금융을 극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법안은 발의돼 있으나 금융업계의 반발이 크고 사회적 공감대를 이루지 못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 그는 돈을 못 갚는 이들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국민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며 채무자들의 평범한 삶을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숙제를 정치로 풀어가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문재인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소득주도성장’ 등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 만 2년의 시간을 가지고 소득주도성장이 지향하고 있는 바를 다 평가하기는 어렵지 않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평가를 해보자면 방향은 옳으나 그 과정에서 분명히 시행착오는 있었다. 우선순위의 문제에서 조금 더 섬세하게 우리가 들여다봤어야 하는 문제들을 놓쳤다. 임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높아진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경쟁력을 보장해주는 정책들이 같이 병행됐어야 했다. 다만 성장의 열매는 누구나 골고루 분배되는 것이 맞다. 그래야 그 힘으로 또다른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 제 의원이 생각하는 '포용적 금융'이란 무엇인가

▶ 우리나라의 금융환경을 들여다보면 포용적인 건 둘째 치고 약탈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반 국민들이 소비할 수 있는 계약관계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소비자의 권익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불공정한 계약관계를 갖고 있다. 기준금리에 비해 최고금리의 상한이 스무 배 가까이 높다. 투자에 대해서도 안전성이나 수익성에 대한 정보 제공이 투명하고 신뢰할 만한 수준인가. 손실이 발생했을 때에 전적인 책임은 다 소비자, 국민들한테 있다. 하다못해 금융 관련 사고가 발생하면 문제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입증책임은 다 소비자한테 있다. 

- 정부출범 이후 포용적 금융 정책에서의 최대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시나

▶ 채무자 입장에서 개선했다는 측면이 이전 정부와 비교해 큰 진전이다. 특히 소멸 시효가 지난 금융공기업·금융사의 채권은 거의 소각됐다. 소각된 채권의 규모는 300만 명의 채권 44조 원가량이다. 이전 정부에서 322만 명의 채권을 채무 조정하겠다며 출범한 게 국민행복기금인데 이행도 되지 않았다. 이번 정부에서는 죽은 채권들을 5차에 걸쳐 꾸준히 소각시켰다. 금융공기업의 경우에는 채무자의 상환능력을 보고 채무조정을 할 수 있도록 포용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채권회수 실적을 평가에 포함해 국민을 쥐어짜게 했던 기존 시스템을 바꾼 것이다. 

-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 채무자 분들은 빚을 못 갚는 것에 대해 실패의식과 죄의식을 갖는 경우가 많아 크게 표현하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고마워하시는 분들도 많다. 몇 백만 명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빚을 소각했으니 체감한다고 하시는 분들을 현장에서 많이 뵀다.

- 앞으로의 정책 방향에 대해 제언을 하신다면

▶ 추심만이 빚을 갚도록 하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다. 연체자가 되면 경제생활에 대한 상당한 제약이 뒤따른다. 사업자 등록조차 어렵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에 대부분의 채무자들은 빚을 갚는다. 갚고자 하는 동기가 높은데 추심을 당하면 심리적 압박 때문에 그냥 도망가게 된다. 일부 선진국들이 시행중인 추심 대리인 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대부업 운영에도 제약이 필요하다. 13~23시간의 수업만 들으면 대부업 등록이 가능하다. 수강료는 14만~17만원이다. 라이선스를 가진 금융사와 같은 수준의 영업을 고금리로 한다. 이를 정말 ‘급전’이 필요한 사람만 이용하게끔 1년 미만의 초단기 대출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

[쿠키인터뷰] 제윤경 “평범한 삶, 당연하게 만들어주는 정치하겠다”

- 제윤경 의원에게 '정치'란

▶ 정치는 우리사회에서 사람들이 너무 비참하게 살지 않게, 사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그래서 ‘평범하게 사는 건 너무 당연하다’라고 믿게 하는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된 이유도 비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풀어주고 싶은데 법과 제도에 막혀서 도와줄 수단이 없었다는 데에서 시작했다.

- 앞으로 남은 1년의 의정활동 계획은

▶ 입법 과제들을 종결시키고 싶다. 현재 88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초라한 성적표를 가지고 20대 국회를 마무리할 순 없지 않나. 법으로 안 되면 행정적인 제도로라도 개선시키겠다. 현장 활동도 강화하려 한다.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이야기들을 행정부에 전달하고 개혁과제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잘 살피겠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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