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서른이지만 열다섯?…전교조, 한발 더 나아가려면

서른이지만 열다섯?…전교조, 한발 더 나아가려면

기사승인 2019-05-29 11: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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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서른이지만 열다섯?…전교조, 한발 더 나아가려면시작부터 역경이었습니다. 노조 설립에 참여한 1500여명은 해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동료들과 굴비처럼 줄줄이 엮여 경찰에 연행되기도 일쑤였습니다. 합법적인 지위를 얻은 것은 창립 10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했다는 이유로 지위를 잃게 됐습니다. 노조 상근직이었던 교사 34명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이후 햇수로 6년째 ‘법외노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올해 서른을 맞았지만 합법노조 상태로는 15년 밖에 있지 못했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이야기입니다. 

전교조는 28일 결성 30주년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권정오 전교조 위원장과 김현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꿈만 같다. 지난 89년 결성 당시에는 평화로운 시간은 단 하루도 허락되지 않았다”며 “30년간 쉼 없이 투쟁하고 전진해왔다. 참교육 참세상을 향한 전진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교조는 어떤 권력의 지배와 간섭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법외노조 굴레를 넘어 ‘숨을 쉬는 학교, 쉼이 있는 배움, 삶을 위한 교육’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노태우 정부 당시 창립된 전교조는 고난 속에서 교육 개혁을 진행해왔습니다. 전교조의 개혁 방향은 과거 문교부(현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에 내려보낸 전교조 소속 교사 식별법을 통해 알아볼 수 있습니다. 문교부는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 하는 교사’를 전교조 소속 교사라고 판단했습니다. 

전교조는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체벌과 촌지를 학교에서 근절하는 운동을 벌였습니다. 과거 관행처럼 여겨졌던 ‘흰 봉투’는 학교 현장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랑의 매’로 포장됐던 대걸레 자루, 당구 큣대 등도 자취를 감췄습니다. 교육의 주체는 학생이라는 내용을 담은 ‘학생인권조례’도 지방자치단체 곳곳에 지정됐죠. 전교조 출신 인사들이 높은 지지를 얻으며 교육감에 대거 당선되기도 했습니다. 

다만 최근 전교조는 전과 같은 지지를 얻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온라인에서는 ‘정치단체’ ‘이익단체’라는 비난이 쏟아집니다. 한때 조합원 수는 10만명에 육박했지만 지금은 6만명 수준입니다. 전교조의 정치색, 가입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인식 등으로 인해 20·30대 젊은 교사들의 유입도 더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과 달리 교육 개혁에 대한 날카로운 목소리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학교가 과거보다 ‘민주화’된 것은 맞지만 여전히 교육 현안은 산적해 있습니다. 시험지 유출과 같은 학생부 전형 비리, 스쿨미투 등 문제가 사회를 달궜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제시되지 못했습니다. 

법외노조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교육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가 필요합니다.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새로운 개혁이 시도돼야 합니다. 전교조가 합법노조로서 꽉 찬 서른을 채울 날을 기다리며 30년 전 창립선언문으로 글을 마치려 합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저들의 협박과 탄압이 아니라 우리를 따르는 학생들의 해맑은 웃음과 초롱초롱한 눈빛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지여! 함께 떨쳐 일어선 동지여! 우리의 사랑스러운 제자의 해맑은 웃음을 위해 굳게 뭉쳐 싸워나가자”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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