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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기생충’ 송강호 “유독 여유로웠던 봉 감독, 자신감 때문 아니었을까요”

송강호 “유독 여유로웠던 봉 감독, 자신감 때문 아니었을까요”

이준범 기자입력 : 2019.05.31 07:00:00 | 수정 : 2019.05.31 10:32:44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은 들었어요. 아, 너무 훌륭하고 좋았어요.”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썼다. 두 사람은 지난 26일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들어 올렸다. 스포츠처럼 세계 1등으로 특정할 상은 아니지만, 역사상 한국 영화의 첫 수상이란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지난 29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생충’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그는 어떤 얘기인지, 어떤 캐릭터인지도 모른 채 봉준호 감독의 출연 제의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오래전에 얘기했던 영화예요. 봉준호 감독과 오랜 기간 작업하다 보니까 구체적으로 어떤 영화고, 어떤 캐릭터인지를 잘 안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말을 안 해도 되는 일종의 신뢰감이 쌓이지 않았나 싶어요. 봉준호 감독이 굳이 설명을 안 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에요.”


‘기생충’ 대본을 받아든 송강호는 깜짝 놀랐다. 그는 ‘진화’라는 표현을 썼다. 봉준호 감독과 한국 영화의 진화를 목격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송강호는 지금도 자신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믿는다.

“‘기생충’ 제작보고회 당시 제가 거창하게 얘기한 게 있어요. 이건 봉준호 감독의 진화고,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진화라고요. 저는 그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봉준호 감독이 20년 동안 꾸준하게 추구해온 리얼리즘 세계가 있다면, ‘기생충’이 그 정점을 찍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형식적으로 혼합된 장르의 변주도 있겠지만, 봉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통찰 또는 사회에 대한 비전, 위악적인 완성의 측면에서 감히 그렇게 거창하게 얘기했던 거예요. 봉준호 감독이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의 성향이나 색깔과도 많이 다르잖아요.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스릴러와 공포와 휴먼까지 두루두루 한 영화에 다 들어가 있는 점도 놀라웠어요. 그런 점에서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완성된 영화를 봤을 때도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을 영화적 동지이자 동반자,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만나면 장난을 주고받는 친한 친구에 가깝다. 송강호는 “내가 두 살 많지만 선배라고 생각한 적 없다. 항상 친구 같다”고 했다. 송강호에겐 봉준호 감독의 유쾌한 촬영 현장이 익숙하지만, 거장의 현장을 예상하고 온 배우들은 놀라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번엔 유독 현장에 여유가 넘쳤다고 했다.


“봉준호 감독의 현장을 뭔가 집요하고 숨 막히게 진행될 거라고 예상하고 오는 배우들이 많아요. 막상 너무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배려심이 넘치니까 감동을 받죠. 그런데 ‘기생충’을 촬영할 때는 한 가지 달랐어요. 이번엔 참 여유가 있더라고요. 물론 그전에도 여유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유독 이번엔 진짜 거장다운 여유가 있는 거예요. 2~3년 전부터 충무로에도 할리우드 시스템 정착이 돼서 감독님 입장에선 준비가 완벽하지 않으면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 작품을 찍을 수가 없어요. 시간이 촉박하고 쫓기게 되어 있죠. 그럼에도 봉 감독은 굉장히 여유가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찍는 환경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생각해보니까 전보다 여유 있고 자신 있게 촬영했던 기억이 나네요.”

영화계에서 송강호만큼 신뢰받는 배우도 드물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매 작품 극찬을 한 몸에 받지만 정작 그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현장에서 배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송강호는 ‘기생충’의 경우 대사 톤보다 해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잘 아시겠지만 전 진짜 운이 좋아서 데뷔 때부터 유독 훌륭한 감독들과 작업을 많이 해왔어요. 제 능력보다는 주변 분들과 작품들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만약 꼭 흥행을 해야겠다는 쪽으로 신경을 썼다면, 아마 지금의 성과들이 이뤄지진 않았을 거예요. 흥행은 알 수 없는 부분이잖아요. 어떨 때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데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겠죠. 그 결과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쪽이에요. 전 단지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추구해오지 않았나 싶어요. 소재보다는 관점과 비전에 대한 새로움을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신뢰감을 획득하지 않았나 싶어요. 앞으로도 그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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