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형평성 저울에 오른 맥주, 그리고 전자담배

기사승인 2019-06-0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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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형평성 저울에 오른 맥주, 그리고 전자담배공정성이란 무엇인가를 평가함에 있어서 특성 이외의 요인으로 인해 치우치지 않게 하는 성질을 말한다. 평형을 이루는 성질을 뜻하는 형평성과 의미가 비슷하지만, 공정성은 조건과 시작지점의 동등함에, 형평성은 결과와 배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다만 이는 구분의 문제일 뿐, 평등과 형평을 모두 포함해 사용되고 있다.

기호식품인 주류와 담배 모두 과세와 관련된 형평성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과 우려가 이미 업계로부터 수 차례 제기됐던 문제인 만큼,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정부부처의 늑장 대응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물론 규제를 바꾸는 것, 특히 과세체계에 손을 대는 것은 무척이나 민감한 일이다. 동일해 보이는 업종이라도 세세하게 들여다보면 여러 갈래의 가닥들이 얽혀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업계와 충분한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

정부가 50년만에 주세법 개편을 추진하면서 맥주와 막걸리를 우선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민 주종인 소주가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단계적인 추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주세법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는 국산맥주의 세금에서부터 비롯됐다. 과세법상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판매관리비·이윤 등을 모두 더한 순매수 가격에, 제조원가의 72%와 주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를 매긴다. 반면 수입맥주는 공장출고가와 운임비가 포함된 수입신고가를 기준으로 과세된다. 부과되는 세금에 차이가 있어 동일한 시작 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출고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의 전환이 해결책으로 제시돼왔다. 그러나 이른바 ‘서민의 술’인 소주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적극적인 추진은 지지부진 미뤄져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합의된 주세 개편안 제출일정은 수 차례 미뤄진 상태다. 이달 내 제출이 유력하지만 확정은 아니다.

주류업계에서는 수년간 묵혀왔던 문제점이 점진적으로나마 해결되는 모양새에 반가워하는 상황이다. 제품의 질이나 소비자가격이 아닌 과세 때문에 한 쪽의 가격경쟁력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형평성 문제가 해결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해결점이 보이는 주류업계와는 달리 똑같이 형평성을 주장하는 전자담배업계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기존 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최대 50% 가깝게 낮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용액 1㎖ 당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등을 포함해 총 1823원의 세금이 부가된다. 이는 일반 궐련 담배에 부과되는 갑당 2909원보다 약 40% 가까이 낮은 숫자다.

2년전 아이코스가 출시됐을 당시에도 담배사업법상 과세 기준이 없어 일반 궐련 대비 절반 수준의 세금이 부과된 바 있다. 이후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명확한 연구결과가 없음에도 세금이 낮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결국 정부는 국회 논의를 거쳐 기존 담배의 90% 수준의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형(異形) 전자담배 과세 형평성과 관련된 논란은 ‘쥴’과 ‘릴 베이퍼’를 두고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쥴과 릴 베이퍼는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동일한 1㎖ 당 1823원의 세금이 부과되며, 액상이 들어있는 카트리지에 들어있는 함량 0.7㎖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기존 담배 대비 절반 수준의 세금이 매겨진다. 그러나 액상 카트리지의 경우 갑 개념이 아닌 탓에 어떤 기준으로 추가 과세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변화에는 둔통(鈍痛)과 시간이 따른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검증과 재검증을 반복해야한다. 이미 아이코스 이후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해결된 것은 손에 꼽힌다. 판은 마련됐고, 어찌됐건 얽힌 줄을 풀어내야 한다. 부디 ‘이번 문제’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문제’까지 내다보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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