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여정 “‘기생충’은 제 2018년의 전부예요”

조여정 “‘기생충’은 제 2018년의 전부예요”

기사승인 2019-06-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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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봉 감독님이 저한테 작품을 같이 하자고 하실 줄은 상상도 못 했어요.”

배우 조여정은 영화 ‘기생충’ 출연 제안을 받은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전까지 인연이 없던 것도 있지만, 그동안 봉 감독 영화에 그가 출연할 만한 역할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더 놀랐다.

막상 ‘기생충’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자신이 연기할 연교가 아닌 배우 송강호, 최우식이 연기한 기택, 기우 가족에게 몰입했다. 가슴 아프고 안쓰러웠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읽을 때 연교에 대해 생각했다. 연교는 어떤 여자이고 어떤 생각을 할까.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는 고스란히 영화에 담겼다.

“보통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접근해요. 전 연교가 이해됐어요. 연교는 사회생활을 안 해보고 대학 때 갖게 된 아이를 바로 낳아서 주부가 됐어요. 사회적 능력이 없고 남편이 가장이니까 일을 잘되기만 바랄 수밖에 없죠. 뭔가 해야지 싶으니까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게 하는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연교 만의 세계가 있는 거죠. 남편을 가부장적으로 느끼면서 사는 여자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요. 남편의 능력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존경심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연교도 발맞추려고 자기도 모르게 영어도 쓰게 된 것 아닐까요. 연교가 그 후 어떻게 됐을지 감독님과 얘기한 적도 있어요. 감독님이 막 웃으시면서 금방 재혼했을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토닥여 주셨어요. 저도 들으면서 아이들이 있으니까 경제적인 게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심플한 연교의 힘 아닐까요.”

[쿠키인터뷰] 조여정 “‘기생충’은 제 2018년의 전부예요”

조여정은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도 전했다. 총 10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기생충’은 유독 배우들의 호흡이 중요한 영화다. 연출이나 대사가 아닌 연기로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장면도 많다. 조여정은 예상 밖의 리액션을 보여주는 송강호 외에 배우들에게 배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다 처음 연기해본 배우들이에요. 다들 다르게 배울 점이 많았어요. 저한테 ‘기생충’은 많이 배우고 끝난 작품이에요. 작품을 계속할수록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아요. 이래서 선배님들과 작업하는구나 싶죠. 최우식, 박소담 배우도 너무 훌륭했어요. 저한테는 지난해 한 해 동안 이 팀과 다 같이 합숙하면서 연기학교 다녀온 것 같아요. 서로 연기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즐겁게 고민했죠.”

조여정은 여전히 스스로 연기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작품 시작 전에는 잘할 수 있을지 겁을 먹는다. 계속 더 나아지려는 조여정의 보이지 않는 노력은 작품에 대한 책임감에서 시작됐다. 어떤 작품과 어떤 무대가 찾아오든 배우에겐 그것을 완수해내야 하는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배우에겐 무대가 중요하죠. 정말 중요해요. 하지만 매번 제가 원하는 무대를 갈 수는 없어요. 어떤 무대를 만나더라도 제가 선택했다면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선택한 거니까 책임을 져야죠.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하면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이에요. ‘기생충’은 제게 2018년의 전부인 작품에요. 2018년을 생각하면 ‘기생충’이 떠오르게 시간을 보냈거든요. 점점 작품과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커지는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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