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 권유…책임회피‧진료비 때문?

고위험 산모 및 출산 시 사망 위험 등 이유로 제왕절개분만율 증가

기사승인 2019-06-13 05: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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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양산시에 사는 A씨는 일부 산부인과에서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분만을 권유한다는 소식을 듣고 의아했다. 제왕절개는 자연분만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본인은 물론 A씨의 동생, 주변의 임산부들이 다니는 병원에서도 제왕절개분만을 먼저 제안했다는 것이다.

A씨는 “어떤 방법이 더 좋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온라인 맘카페에 제왕절개 후 산모가 사망하거나 아기 손가락이 잘렸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 불안하다”며 “혹시 돈 때문에 일부러 제왕절개 분만을 추천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자연분만보다 진료비가 더 많이 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 분만 방법을 두고 산모와 의료진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고령 및 고위험산모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출산 중 사망 위험, 진료 일정 등 의료기관의 사정이 맞물려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자연분만이란, 태아가 산도나 산모의 질을 통한 정상적 분만 과정이다. 제왕절개분만은 하복부 횡절개 후 자궁을 절개해 태아를 분만하는 방법이다.

제왕절개분만은 일반적으로 자연분만이 어려울 경우, 즉 질을 통한 분만 시도 시 모체나 태아에게 위험이 있거나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을 때 시행된다. 다만, 최근에는 분만 과정의 고통을 줄이고자 산모 자의로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현재 저출산 현상으로 인해 연간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분만’ 건수는 모두 감소하고 있으나, 제왕절개분만율은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2018년(9월) 기간동안 출산한 기혼여성(15∼49세) 1784명을 대상으로 분만방법을 조사한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왕절개분만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왕절개분만율은 42.3%, 자연분만은 57.7%였는데, 제왕절개분만율은 2015년 조사결과(39.1%)보다 3.2%p 높았다.

출산 시 산모의 연령이 높으면 제왕절개분만율도 높았다. 연령별로 25세 미만 38.2%, 25∼29세 38.6%, 30∼34세 39.7% 등인 반면 35∼39세는 46.6%로 증가했고, 40∼45세의 경우 64.8%였다.

또 첫째 아이 출산의 경우 제왕절개분만율(48.3%)이 둘째 아이 이상 출산의 경우(37.2%)보다 높았다. 대도시 38.7%, 중소도시 44.7%, 농촌 46.9% 등 거주지에 따른 차이도 있었다. 연구팀은 농촌 지역일수록 임신과 출신과정에서 보건의료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져 출산 때 제왕절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제왕절개분만율의 증가 이유로 ‘방어진료’를 꼽았다. 출산 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의료사고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전문의는 “제왕절개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병원 입장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를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며 “자연분만 도중 산모가 사망해도 제왕절개를 빨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 다툼이 벌어진다. 안전하게 가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의사 입장에서 수술 일정을 잡는 것이 편하다. 진통이 얼마나 갈지도 모르고, 밤에 분만하러 병원에 가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안전한 출산’을 이유로 제왕절개분만을 권유받았다는 산모들의 게시글이 다수 게재돼 있다. 

의사가 자연분만 대신 ‘제왕절개’ 권유…책임회피‧진료비 때문?

43살(2018년 당시)이라고 밝힌 B씨는 “16주에 검진을 하러 갔을 때 의사가 ‘나이가 있으니 유도하지 말고 제왕절개를 하는 거로 하자’고 했다. 유도를 먼저 해보고 안 되면 제왕절개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물었지만, 제왕절개 아니면 (분만을) 안 할 거라고 했다. 자연분만을 원하면 고위험 산모가 많은 병원을 가라고. 집 주위에 대학병원은 이곳밖에 없고 다른 곳을 가려면 1시간이나 차를 운전해서 가야 한다”며 “벌써부터 내 몸 상태는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제왕절개를 하라고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산모 C씨도 “35세 이상인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신체적 문제는 없다. 개인적으로 분만 방법에 대한 편견은 없지만, 보통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 그때 상황에 맞게 결정하지 않느냐. 굳이 벌써 제왕절개가 안전하다고 권유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편, 낮은 의료수가가 제왕절개분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자연분만의 수가가 낮다. 제왕절개는 아무래도 수술이다 보니 입원기간도 길어지고, 기타 발생하는 비용도 자연분만보다 많다”며 “(제왕절개분만 증가 원인에) 수익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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