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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엘리트’ 황교안과 2등 시민

‘엘리트’ 황교안과 2등 시민

이소연 기자입력 : 2019.06.21 07:20:00 | 수정 : 2019.06.20 17:19:28

명문으로 꼽히는 경기고등학교 총학생회장을 맡는 등 학창시절부터 ‘엘리트’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의 자서전에는 서울대 법대를 가지 못하고 성균관대 법대에 입학한 것이 ‘생애 최초의 시련’으로 표현됐죠. 사법시험에 합격해 검사로 임용, 공안검사로 활약했습니다. 이후 박근혜 정부의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죠. 탄탄대로를 걸어온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야기입니다. 

주류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황 대표는 종종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없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그는 지난 19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지역 기업인들과 만나 “외국인(노동자)은 우리나라에 그동안 기여해온 바가 없기 때문에 산술적으로 똑같이 임금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내국인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외국인에게는 임금을 적게 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국적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차별금지협약에서도 인종·피부색·성별·종교에 따른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의 발언은 국내·국제법상으로 모두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이죠.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 경제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사실이 아닙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소득세 1조2000억원을 납부했습니다. 국내에서 물건 구매 시 납부한 간접세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기준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소비 활동으로 발생한 경제 효과는 86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결국 황 대표의 발언은 잘못된 사실을 통해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 꼴입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일제강점기 일본인들도 황 대표와 같은 논리로 식민지 노동자를 차별했다”며 “내·외국인 임금 차별이 제도화되면 외국인 고용이 늘고 내국인 일자리가 줄어든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진 내국인들은 외국인을 증오하게 됐고 ‘관동대학살’로 까지 이어졌다”고 질타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어처구니가 없다. 제 이야기의 본질은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바로 잡자는 것”이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황 대표의 발언에 ‘외국인’이 아닌 사회적 약자를 대입해보면 어떨까요. 여성, 장애인 등을 넣어 읽어봐도 황 대표의 발언은 차별적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최저임금 부작용은 발언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황 대표의 발언 속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단어가 있습니다. ‘기여’입니다. 국가에 기여한 바가 없는 사람은 ‘2등 시민’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위험한 발상으로 읽힙니다. 황 대표가 말한 기여의 정확한 뜻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기여를 국민의 의무로 치환해봅시다. 모든 국민은 납세와 국방, 근로, 교육의 의무를 지니지만 사정에 따라 이행하지 못 하는 사람도 있죠. 이같은 논리대로라면 국방의 의무를 면제받은 황 대표는 몇 등 시민일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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