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정 범행 한 달, 피해자 시신 어디에…‘초동수사 부실’ 비판 이어져

기사승인 2019-06-26 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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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범행 한 달, 피해자 시신 어디에…‘초동수사 부실’ 비판 이어져‘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 피의자 고유정(36·구속)이 범행을 저지른 지 한 달이 됐지만 피해자 시신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서는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질타가 경찰에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26일 현재까지 고씨의 전 남편인 강모씨(36)의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의 범행은 지난달 25일에 시작됐다. 고씨는 강씨를 만나 조천읍의 한 펜션에 입실한 뒤 그를 살해했다.

강씨가 이틀이 지나도록 귀가하지 않다 가족은 27일 오후 6시10분 경찰서에 신고했다. 2시간 뒤에 또 한 차례 112로도 신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고씨는 같은날 해당 펜션에서 퇴실한 뒤 28일 오후 8시30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왔다.

경찰은 실종신고 직후 사건 현장을 방문했으나 모형 CCTV만 확인했다. 고씨의 수상한 모습이 찍힌 인근 단독주택의 CCTV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CCTV 영상은 경찰이 아닌 피해자 남동생이 확보했다. 그는 경찰 초동수사에 문제 의식을 가진 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인근 단독주택의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에 넘겼다. 실종신고 이후 나흘만이었다.

경찰은 고씨가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7일 펜션을 떠나면서 인근 클린하우스 두 곳에 종량제봉투 5개를 나눠 버린 사실을 파악하고도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22일 피해자 유족이 직접 펜션 인근 클린하우스 CCTV를 확인하고 나서야 고씨가 펜션 인근에서도 시신 일부를 담은 것으로 추정되는 종량제봉투를 버린 사실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의 범행 과정을 봤을 때 범행을 숨기기 위해 제주에는 피해자 시신을 남기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고씨가 해당 클린하우스에 피해자 시신 일부가 아닌 범행도구를 버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사 초기 범행 현장인 펜션 주인이 내부를 청소하겠다는 요청을 허락하는 등 수사의 기본인 범죄현장 보존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경찰은 변명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고유정 사건 초동 수사를 맡았던 제주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5명은 지난 20일 경찰 내부 통신망인 ‘폴넷’을 통해 실종시 수색 매뉴얼에 따라 피해자의 휴대전화 최종 기지국 신호 위치를 중심으로 수색하는 등 초동수사를 제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한정된 인력과 시간 때문에 최종 기지국 신호를 중심으로 수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고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사체은닉이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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